이번 국정감사를 지켜 본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 국정감사는 ‘최악의 국정감사’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김현지로 시작해서 배치기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언행이 이어졌고 막말과 삿대질 속에서 회의는 파행을 거듭했다. 그리고 그 장면들은 쇼츠(짧은 동영상)로 재탄생해 유튜브와 SNS를 타고 퍼져 나갔다.
국감장은 더이상 정책 질의를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강성 지지층에게 보여주기식으로 개인 홍보를 노리는 ‘콘텐츠 무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짧은 영상 속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구조 탓에 자극적 언행을 경쟁적으로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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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감 관련 쇼츠 내용을 보면 앞뒤 맥락은 다 잘려나가고 누군가에게 고성을 지르거나 삿대질을 하는 장면이 대부분이다. 제목 역시 ‘직격타’ ‘참다 못해 폭발’ ‘호통치는’ 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일부 의원의 돌출 행동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는 카메라 앞의 10초가, 10년간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정책 논의보다 더 큰 주목을 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물론 국민에게 의정 활동을 알리는 일 자체는 중요하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질의와 과도한 언행은 국회의 품격을 무너뜨리고 의정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정책 자료를 준비하기보다 쇼츠 제목을 고민하고 있다는 보좌관들의 푸념을 마냥 웃어 넘길 수 없는 이유다.
국정감사는 행정부의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정책 방향을 점검하기 위한 헌법적 절차다. 그러나 지금의 국정 감사에는 ‘정책 국감’은 사라지고 ‘조회수 경쟁’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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