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3년을 맞아 경영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깐부 회동’으로 숙원이던 엔비디아 공급망 합류를 공식화하고,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비상조직으로 운영해 온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를 상설조직으로 전환하며 ‘뉴삼성’의 신호탄을 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을 회장 보좌역에 보임하고,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개편했다. 초대 실장은 재무·관리통으로 꼽히는 박학규 사장이 맡았으며, 경영진단실은 사업지원실 내 전략팀으로 통합됐다.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8년 만에 컨트롤타워 기능이 정식 조직으로 복원된 셈이다.
이번 인사는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벗은 뒤 단행한 첫 조직 개편으로 향후 ‘JY 리더십’의 방향성을 가늠할 잣대로 평가된다. 정 부회장은 그룹 위기관리의 핵심 인물로서 10년간 이 회장을 보좌해왔으나, 반도체 사업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경영이 정상화되자 스스로 용퇴를 결심했다. 반면 1964년생 박학규 사장이 사업지원실을 이끌며 세대교체를 본격화했다.
박 사장은 삼성의 재무전략을 총괄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주도해 온 인물로, 지난해 삼성전자의 생성형 AI ‘가우스(Gauss)’와 외부 대형모델을 결합한 ‘루비콘 프로젝트’를 이끌기도 했다.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향후 인공지능(AI)·반도체·데이터센터·6G 등 전략 사업을 중심으로 더 공격적인 투자와 대외 협력이 추진될 전망이다.
삼성은 이번 사업지원실 전환이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계열사 간 시너지를 모색하며 전략·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만큼 사실상 ‘뉴삼성형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말 정기 인사에서는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의 정식 부문장 취임, 전영현 반도체(DS)부문 부회장 등 핵심 임원진 세대교체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회장의 대외 행보도 과감해졌다. 그는 대법원 무죄 확정 직후 미국 출장길에 올라 빅테크 기업들과 연쇄 미팅을 갖는가 하면, 귀국길에 “내년도 사업을 준비하고 왔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에서 치맥 회동을 갖고 엔비디아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공급 협력과 HBM4 납품 확대를 공식화했다.
또한 엔비디아 최신 GPU 5만 장을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에 도입하며 AI 반도체 분야 협력을 강화했다. 향후 벤츠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과의 회동에서는 차량용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전장사업 확대 논의도 예정돼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등과 잇따라 만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 중이다. 한미 관세협상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4대 그룹 간담회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털어내고 경영 전면에 나서며 삼성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안정보다 혁신, 방어보다 성장으로 방향을 전환한 만큼, ‘JY 경영’의 실질적 청사진이 연말 인사와 신사업 전략을 통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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