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한국 중간재 수출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반도체 의존도가 교역 구조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다. 산업 전반의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품목 편중이 심화되면서 대외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적 한계도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9일 발표한 ‘우리나라 중간재 수출입 집중도 국제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67.6%, 수입은 50.5%로 G7 주요 선진국을 모두 웃돌았다. 한국은 소재·부품을 수입해 반도체·이차전지·석유제품 등으로 가공한 뒤 재수출하는 가공무역형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주요 G7 국가들이 자동차(독일·일본), 항공기(프랑스), 의약품(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완제품 중심의 수출 구조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의 수출 상위 품목은 △메모리(720억달러) △프로세서·컨트롤러(359억달러) △석유제품(347억달러) 등 모두 중간재였다.
최근 5년간 교역 흐름을 보면 중간재 수출의 국가 다변화는 진전됐지만 품목 집중은 오히려 심화됐다. 대중(對中) 수출 비중은 23.7%로 4.6%포인트 하락했지만, 대미(對美) 비중은 14.2%로 3.6%포인트 상승했다. 한국 기업 미국 현지 투자 확대로 국내에서 생산된 반도체 중간재를 미국 공장으로 직접 공급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품목별 집중도는 여전히 높다. 메모리·프로세서·컨트롤러 등 반도체 품목이 전체 수출의 23%를 차지하며, 2019년 대비 품목 집중도가 8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수입 역시 반도체·천연가스 등 일부 품목에 몰리며 구조적 편중이 지속됐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높고, 특히 중간재 중심의 수출 구조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충격에 취약하다”며 “미·중 갈등, 보호무역 확산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생산 차질을 줄이기 위해 수출 시장 다변화와 핵심 소재 자립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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