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모내기로 두 번 수확하는 새로운 벼 재배법이 국내에서도 현실이 됐다.
농민이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충남도는 자체 개발한 초조생종 벼 ‘빠르미’를 이용해 ‘움벼(라툰) 재배 기술’ 현장 실증에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움벼 재배는 첫 수확 후 논을 갈지 않고 벼의 그루터기에서 새순을 키워 다시 쌀을 거두는 방식이다. 물과 소량의 비료만으로 재생이 가능해 노동력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동안은 동남아시아나 미국 남부 등 고온 지역에서만 가능한 기술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 실증은 충남 홍성 서부면 3만㎡와 당진 송악면 4만5000㎡ 논에서 진행됐다. 5월 상순에 모내기를 하고 80여 일 만인 8월 상순 1차 수확을 마친 뒤, 벼 밑동을 그대로 두고 재생시켜 10월 하순 2차 수확에 나섰다. 수확량은 1차에서 10a당 450㎏, 2차에서 90㎏으로 총 540㎏ 수준이었다. 일반 벼 수확량(10a당 527㎏)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결과다.
빠르미 수확 현장. / 충남도 제공
모내기는 볍씨를 먼저 육묘장에서 키운 뒤 모를 논에 옮겨 심는 과정으로, 우리나라 벼농사의 핵심 단계다. 논의 수온과 토양 상태, 모의 생육 정도에 따라 시기를 조절해야 하며 일반적으로 5월 전후에 이뤄진다. 이후 벼는 약 100~130일간 자라 9~10월경 수확하게 된다.
우리나라 벼농사는 대부분 1년에 한 번 수확하는 ‘단작(單作)’ 형태지만, 기후 변화와 품종 개량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두 번 재배하는 ‘이모작(二毛作)’이 시도되고 있다. 보통 이모작은 보리나 밀을 먼저 재배한 뒤 벼를 심는 형태로, 같은 논에서 작물 두 종류를 연이어 재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벼를 두 번 심는 건 토양 피로와 생육 기간의 한계 때문에 어려워 ‘한 번 모내기로 두 번 수확’하는 이번 움벼 기술이 주목받는 것이다.
움벼 재배는 일반적인 이모작과 달리 모를 새로 심지 않는다. 첫 수확 후 잘린 벼 밑동에서 새순이 자라기 때문에 추가 모내기가 필요 없고, 논을 갈거나 모를 다시 키울 필요도 없다. 그만큼 노동력과 비용이 줄어드는 ‘저투입형 기술’이다. 또 벼의 재생이 빠르게 이뤄지므로 기온이 떨어지기 전 두 번째 수확까지 가능해 우리나라 기후에서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빠르미 수확 현장. / 충남도 제공
1차 수확한 빠르미는 8월 초 햅쌀로 출하돼 높은 가격에 팔린다. 이후 2차 수확으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농가의 실질 소득 향상 효과도 크다. 윤여태 충남도 농업기술원 쌀연구팀장은 “움벼 재배는 병해충 피해가 적고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며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형 벼 재배 기술로 본다”고 말했다.
‘빠르미’는 충남도 농업기술원이 2009년부터 국내외 조생종을 교배해 개발한 품종이다. 이앙부터 수확까지 80일 안팎으로 충남 대표 쌀 품종인 ‘삼광벼’(130일 내외)보다 약 50일 빠르다. 생육 기간이 짧고 재생력이 뛰어나 움벼 재배에 가장 적합한 품종으로 꼽힌다. 충남도는 이번 성과를 토대로 전국 단위 보급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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