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1990년대 석탄 재벌 50만평 골프장 조성 무산시킨 뒤 본격 활동
금정산 보존회 창립멤버로 다양한 감시활동 벌여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지난달 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부산 도심 속 명산인 금정산 등산로 곳곳에는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바로 유진철(67) 사단법인 범시민금정산보존회 회장 이야기다.
유 회장은 20대 때인 1980년대 낙동강 하굿둑 건설 반대 운동을 시작으로 환경 활동가로서 첫발을 디뎠고,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 금정산 대규모 골프장 조성에 반대 활동을 하며 '금정산 지킴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석탄 재벌이던 삼천리 그룹이 금정산 내 85만평 땅을 매입한 뒤 일부를 기부채납하고 50만평이 넘는 골프장과 일반체육시설을 조성해 종합 위락단지를 건설하려고 시도했다.
그때 재부 산악인 3천여명을 중심으로 사업 철회 목소리가 일었고, 이들은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시민들을 상대로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격렬한 반대를 했다.
산악회 소속이던 유 회장도 당시 서명 운동에 동참해 수년간의 반대 활동을 한 끝에 결국 골프장 건립을 백지화시켰다.
유 회장은 "산악인과 환경단체원들이 격렬하게 다니며 반대 서명을 받았고, 시민들이 똘똘 뭉쳐서 골프장 백지화를 이뤄냈다"면서 "국립공원공단 관계자와 얼마 전 이 이야기를 했는데 '골프장이 들어섰으면 지금의 국립공원도 없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당시 구성된 비대위는 지금의 '범시민금정산보존회'의 전신이 되고, 보존회는 1991년 4월 정식 발족했다.
유 회장은 이 보존회의 창립멤버로 오랜 기간 활동가와 생태국장, 부회장 역할을 맡다가 올해 회장이 됐다
유 회장과 금정산보존회가 그동안 해온 활동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최근 10여년의 활동만 보더라도 금정산 고당봉 표석비가 낙뢰에 맞아 넘어졌을 때 이를 가장 먼저 지역 언론에 제보하고, 시민 모금으로 재건에 도움을 준 사람이 유 회장이다.
한 사찰이 금정산에 무단으로 1.2㎞의 시멘트 임도를 만들려고 할 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지속적인 민원을 넣어 공론화한 사람도 그다.
금정산 남문 연못 주변에 사유지 소유주가 '화조원'을 짓겠다고 했을 때 이를 반대하고 무산시키기도 했다.
금정산에 있는 무속인 토굴과 천막 수백개를 제거하기 위해 싸우며 고발했고, 금정산 산림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자연 휴식제 도입을 부산시에 제안한 것도 금정산 보존회였다고 유 회장은 말했다.
유 회장은 매일 6시 눈을 뜨면 등산으로 일과를 시작해 오후 늦게야 하산한다.
최근 몇년간은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요구하며 등산 전 매일 아침 부산시청을 들러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유 회장은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데는 위대한 부산 시민의 힘이 이었다"면서 "24번째로 뒤늦게 지정됐지만 최고 잘 됐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 이후 관리를 맡게 될 국립공원공단에 "첫째도 둘째도 자연 먼저 생각해 달라"며 당부했다.
그는 "도심형 국립공원이라고 해 편의시설이라든지 모든 시설물을 사람들 편리한 대로 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연 휴식제로 금정산에 산림이 우거진 것이 불과 30∼40년밖에 안 된 만큼 우선 지키고 보존해서, 청소년들이 언제라도 접근해 자연을 공부할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등산로가 수백개 이상이 되는데 숲속 둘레길까지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올라오게끔 주민들에게 열어주되 그 위로는 통제해서 훼손된 곳을 복원시켜야 한다"면서 "부산시민과 함께 금정산 진산을 지켜내기 위해서 앞으로도 큰 노력을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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