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산 김의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연간 1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주식 김 양식 자료 사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김 수출액은 8억 8233만 달러(약 1조 2572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4% 증가했다. 10년 전 같은 기간(2억 2225만 달러)에 비하면 네 배 가까운 성장세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1억 8975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미국(1억 8325만 달러), 중국(8920만 달러), 태국(8298만 달러)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고 일본과 미국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K푸드 열풍과 함께 김밥, 삼각김밥 등 김을 활용한 음식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며 수출이 빠르게 확대된 영향이다.
김은 지난해 9억 9700만 달러 수출을 기록하며 10억 달러 문턱에 근접했으며, 올해는 처음으로 이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김 수출 10억 달러 달성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해양수산부는 김의 명칭과 수출 규격에 대한 국제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제 시장에서 김은 일본식 명칭인 ‘노리(Nori)’나 ‘씨위드(Seaweed)’로 불리고 있으나, 이를 ‘GIM’으로 통일해 한국산 김의 고유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노리’가 일반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유통망에서는 한국산 김 제품도 ‘Nori Sheets’ 혹은 ‘Roasted Seaweed’로 판매되고 있으며, 식품 표기 기준에서도 ‘노리’가 해조류의 기본 명칭으로 쓰인다. 이는 과거 일본이 해조류 수출 시장을 주도하면서 형성된 관행으로,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 8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운영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김 표준화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후 9월에는 아시아 지역조정위원회 의결을 거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으며, 위원회는 이달 중 심의를 거쳐 표준화 작업 착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제안서가 승인되면 한국은 향후 6~7년에 걸쳐 김의 성분 안정성 검증과 명칭 표준화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표준화가 완료되면 유럽 등 고위생 기준을 요구하는 지역으로의 수출 확대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은 바다에서 온 한국의 대표 식문화 자산”이라며 “국제 명칭 표준화가 이뤄지면 ‘K-김(GIM)’이 한우, 한돈처럼 한국을 상징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김을 둘러보고 있다.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김 수출액이 10억 달러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 뉴스1
김은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되며 K-푸드의 대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김밥과 김 과자 등 다양한 제품군이 해외 소비자에게 친숙한 간식으로 인식되면서 수출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제 김은 한국 식탁의 반찬을 넘어 글로벌 푸드 트렌드의 한 축으로 자리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시위드 스낵’으로 불리며 건강 간식 코너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일본에서는 김밥 전문점이 한류 열풍을 타고 늘어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아이들의 도시락용 간식으로,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채식·비건 식단의 필수 식재료로 주목받는다. 뉴욕타임스와 BBC 등 주요 외신도 ‘김은 더 이상 낯선 해초가 아니라, 세계가 사랑하는 K-푸드의 얼굴이 됐다’고 평가했다.
SNS를 통한 확산도 빠르다.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김으로 만든 김밥이나 주먹밥, 김칩을 소개하며 ‘#GimSnack’과 ‘#KSeaweed’ 해시태그가 수백만 회 이상 언급됐다. 김의 바삭한 식감과 감칠맛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포장 디자인과 간편함까지 K-라이프스타일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물김. / 뉴스1
김은 바다와 햇살, 바람이 함께 만드는 대표적인 한국의 수산물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지주식’과 ‘부유식’ 두 가지 방식으로 양식된다. 지주식은 수심이 얕은 바다에 대나무나 나무 기둥을 세우고 김발을 매다는 전통 방식으로, 하루 두 번 썰물 때 햇볕을 직접 받아 김 특유의 고소한 향과 깊은 맛이 살아난다. 반면 부유식은 스티로폼 부표를 띄우고 그 아래 그물을 매달아 기르는 방식으로 같은 면적에서 지주식보다 약 두 배가량 많은 수확이 가능해 생산 효율이 높다.
김 양식의 기원은 전남 광양 태인도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며, 이후 남해안과 완도 일대에서 전통 김 양식이 발달했다. 구한말 무렵 완도 지역에서 오늘날의 지주식 양식법이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민들은 계절과 해류에 따라 지주대를 세우는 위치와 간격을 달리하며 기술을 발전시켜 왔고, 이러한 방식은 현대적 장비와 결합해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완도 지주식 김 양식업은 해양수산부가 2017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해 보존과 계승에 힘쓰고 있다. 지역의 자연환경과 어민의 경험 지식이 오랜 세월 축적된 전통 산업으로 평가받으며, 고창을 비롯한 서남해안의 지주식 김은 ‘손맛이 있는 바다 농사’로 불린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