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카타 도모야 유엔 특별보고관 단독 인터뷰…"범죄단지, 현대판 노예제"
"한국 정부, 경각심 가지고 더 많은 행동 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기자 =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5월 우리 정부에 '캄보디아 사태'를 경고하는 성명을 보냈다. 동남아 범죄단지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 행위에 긴급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결국 수개월 후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 끝에 숨지고서야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는다.
OHCHR의 성명을 공동 작성한 영국 요크대 로스쿨의 오보카타 도모야 교수는 9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피해 예방을 위해 경각심을 높이고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엔 현대노예제에 관한 특별보고관인 오보카타 교수는 일본 출신 인권 전문가다. 범죄단지를 '현대판 노예제'로 규정한 그는 한국인 피해자 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오보카타 교수와의 일문일답.
-- 동남아시아 범죄단지 문제를 '현대판 노예제'라고 표현했다.
▲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범죄를 저지르도록 강요당한다는 점에서 현대판 노예제와 같다. 이들은 굉장히 오랜 시간 일하면서 거의 쉬지 못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폭력의 위협을 받는다. 단지에 감금되기도 한다. 피해자들은 대체로 취업 전망이 좋지 않거나 빈곤한 지역 출신이다. 단기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서 일의 성격을 잘 알지 못한 채 유인된다.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그 숫자는 한국 정부가 주목할 만큼 심각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
-- 캄보디아의 상황이 인접국보다 심각한가.
▲ 캄보디아의 상황은 상당히 심각하지만, 라오스와 미얀마 역시 깊게 영향받고 있다. 이 문제는 도박 산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국에서는 도박이 불법이기에 중국계 사업자들이 인접 국가로 건너가 카지노를 개장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시작됐고, 당국이 단속에 나서면서 범죄조직이 사기 행위를 대체 수입원으로 삼게 됐다.
--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가까이가 범죄단지와 연결돼 있다는 주장도 있다.
▲ 범죄 집단은 불법 수익을 지속해 얻기 위해 정치 엘리트나 당국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자 한다. 실제 부패 사례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령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캄보디아에서 '프린스 그룹'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 찍히지 않았나.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일반 시민이 아닌 정치 엘리트나 공직자들을 부유하게 만들 뿐이다. 한편으로는 자연재해도 일자리와 소득을 빼앗아 더 많은 사람이 위험한 일자리로 몰리게 만든다. 범죄조직들은 이런 취약한 상황을 이용한다. 재해로 인한 대규모 인구이동은 범죄조직이 새로운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 자발적으로 범죄단지에 합류했다가 감금이나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논란이다. '불처벌 원칙'을 지켜야 하나.
▲ '불처벌 원칙'은 인신매매 피해자가 그 과정에서 강제로 저지른 범죄에 의해 기소되거나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범죄행위를 할 것을 알고 자발적으로 이동한 경우는 맥락이 다르다. 강요된 행위로 보기 어렵다.
-- 한국 정부가 OHCHR의 경고를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
▲ 한국 정부는 최근에야 이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의 범죄자들을 기소하고 처벌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경각심을 높여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더 많은 행동을 해야 한다. 다른 나라 정부와 협력해 피해자들을 식별하고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s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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