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주)=류정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1부) 전북 현대의 공격수 송민규가 ‘별의 밤’을 화려하게 물들였다. 송민규는 경기에서도, 세리머니에서도, 헤어스타일까지 완벽히 준비된 하루를 보냈다.
전북은 8일 오후 4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6라운드 대전 하나 시티즌과의 홈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이미 조기 우승을 확정한 전북은 경기 종료 후 공식 시상식을 통해 사상 최초로 통산 10번째 우승을 자축했다. 2만3160명의 팬들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웠고, 올 시즌 홈 누적 관중은 34만6763명으로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날 선제골의 주인공은 송민규였다. 송민규는 후반 11분, 오른쪽 측면에서 박진섭이 올린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송민규는 골 이후 팬들과 함께 셀카를 찍는 세리머니로 기쁨을 나눴다.
경기 종료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송민규는 “오늘이 시상식이 있는 날이라는 걸 알았을 때, 스플릿 돌입 후 아직 승리가 없었던 상황이라 모두 간절했다. 그 간절함이 오늘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 경기에 이기고 시상식까지 즐길 수 있어 행복한 하루였다”고 돌아봤다.
시상식 이후 송민규의 머리는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송)범근 형이 초록색 스프레이를 챙겨 와서 그냥 뿌려봤는데, 생각보다 색이 진하게 나왔다”며 “오늘은 축제니까 한 번 스타일을 내봤다”고 설명했다. 송민규의 헤어스프레이 변신은 그날의 상징처럼 화제가 됐다. 송민규는 “저, (이)승우 형, 범근이 형, (전)진우 이렇게 넷이 같이하자고 했다. 선글라스도 맞춰서 썼다. 재밌게 하자는 분위기였다. 자이언티 같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별 모양 스크래치는 송민규의 머리에 새겨진 또 다른 상징이었다. 송민규는 “승우 형이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10번째 별이니까 큰 별 하나 달자고 했다. 그래서 별을 새겼고, 다른 부분은 여자친구 이니셜을 넣었다. 태어나서 처음 스크래치를 해봤다. 다시는 안 할 것 같지만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라 한 번 시도했다”고 말했다.
송민규의 세리머니 역시 사전에 준비된 연출이었다. 송민규는 “선수끼리 항상 ‘오늘 골을 넣으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까’ 얘기한다. 이번엔 셀카 찍는 세리머니 영상을 봤는데, 아무나 골을 넣으면 그 세리머니를 하자고 했다. 구단에서도 경기 전에 ‘골 넣으면 이 위치에서 직원분들이 핸드폰을 들고 있을 것’이라고 알려줬다. 그래서 골 넣자마자 그 자리로 갔다”고 설명했다.
송민규 설명에 따르면, 전후반 구단 직원의 위치가 달랐을 만큼 철저히 준비된 세리머니였다. 그는 팬들과 함께한 순간에 관해 “전반과 후반에 각각 포인트가 있었다. 구단에서도 미리 알려준 덕분에 팬들과 함께 기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시상식과 골, 세리머니까지 완벽히 어우러진 하루였다. 그러나 송민규의 시선은 이미 다음 무대에 향해 있었다. 전북은 오는 12월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FC와 대한축구협회 코리아컵 결승을 치른다.
송민규는 “경기 전에 포옛 감독님이 미팅 때 ‘오늘은 팀으로 싸우자’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박재용, 전진우가 한 골씩 넣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제가 장난으로 ‘저는 골 안 넣어도 됩니까?’라고 묻자, 감독님이 ‘넌 상암에서 골을 많이 넣었으니까 코리아컵 결승에서 넣으면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알겠습니다. 오늘은 골 안 넣겠습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런데 또 골이 나왔다”고 말했다.
송민규는 코리아컵 결승을 앞두고 자신만의 동기 부여를 다졌다. 송민규는 “코리아컵 결승은 올해 마지막 목표다. 큰 경기에서 골을 넣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만 자신감이 생긴다. 오늘의 감각을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코리아컵 결승 세리머니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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