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인류가 우주의 기원을 향해 던진 가장 정교한 질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설립한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가 운영하는 이 망원경은 허블보다 100배 강력한 성능으로,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138억 년 전 우주의 빛을 적외선으로 포착한다.
거대한 금빛 거울은 직경 6.5m, 순금 도금 처리로 적외선 반사율을 극대화했다. 이 황금의 눈은 지구로부터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L2)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지구와 실시간으로 명령을 주고받는다.
▲ 제임스 웹 망원경의 우주 관찰
관측 데이터는 빛의 속도로 약 5초 만에 지구에 도달하지만, 완전한 이미지를 전송받기까지는 몇 시간이 걸린다. 20년에 걸친 제작 과정과 13조 원의 비용, 그리고 18개의 거울을 머리카락 굵기의 1만 분의 1 수준으로 정렬해야 하는 난이도는 ‘우주 과학의 결정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 망원경이 바라보는 목표는 단순히 멀리 있는 별을 보는 것이 아니다. 우주의 끝, 곧 우주의 시작을 보는 것이다.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이라면, 제임스 웹은 그 중 135억 년 전의 빛을 포착해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태양의 빛이 지구에 오기까지 8분이 걸리고, 안드로메다 은하의 빛이 300만 년이 걸려 도착한다면, 제임스 웹은 그보다 훨씬 먼 거리의 빛을 본다. 즉, 이 망원경은 타임머신과 같다. 우리가 지금 보는 가장 먼 은하의 빛은, 그 은하가 갓 태어났던 시절의 모습이다.
2022년 7월 공개된 첫 컬러 이미지에는 은하들이 별처럼 모여 있는 ‘은하단’의 모습이 담겼다. 중앙의 노란 은하는 가까운 은하단이며, 붉은빛의 은하는 130억 광년 떨어진 고대 우주다. 하늘의 모래알 하나만큼의 영역에서도 수천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생명체가 지구에만 있을 리 없다는 확신을 준다. 제임스 웹 연구팀의 한국인 박사는 “외계 생명체는 반드시 존재한다”고 단언한다.
허블이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관측했다면, 제임스 웹은 적외선을 본다. 이는 단순한 기술 차이가 아니다. 우주 초기에 탄생한 별들은 대부분 적외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우주의 먼 과거를 보기 위해서는 적외선 관측이 필수적이다.
‘창조의 기둥’이라 불리는 별 탄생 구역을 허블이 관측했을 때는 먼지와 가스 구름에 가려 뒷배경이 보이지 않았지만, 제임스 웹의 적외선 이미지는 그 뒤편의 수많은 별을 드러냈다.
마치 소방대원이 연기 속에서도 시야를 확보하듯, 제임스 웹은 우주의 가려진 진실을 꿰뚫는다. 용골자리 성운의 적외선 사진은 이러한 능력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아래쪽의 노란 먼지 속에서 별이 태어나고, 위쪽의 푸른 별들이 강력한 자외선으로 그 먼지를 밀어내며 새로운 별의 요람을 만든다.
태양의 남은 수명은 약 50억 년이다. 그때가 되면 태양은 팽창하며 지구를 삼킬 것이다. 제임스 웹은 이 거대한 우주의 순환을 관측하며, 인류가 언젠가 새로운 별과 행성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실제로 제임스 웹은 수십 광년 떨어진 외부 행성의 대기를 분석해,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지닌 행성을 찾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비록 아직 ‘제2의 지구’를 발견하진 못했지만,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이미 우주 탐사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이 망원경의 제작은 하나의 서사다. 2017년 진동 실험 중 태양 차단막의 나사 두 개가 빠져 발사가 3~4년 연기됐고, 13조 원짜리 장비를 남미로 수송할 때는 해적의 위협까지 있었다. 미국 해군이 호위하며 비밀리에 이동한 끝에 무사히 발사된 그날, 연구원들은 폭발을 걱정하며 숨을 죽였다. 그러나 성공의 순간, 인류는 다시 한 번 우주의 기원을 향한 창을 열었다.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에는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매일 제임스 웹의 거울 정렬 상태를 확인하고,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며 우주의 시간을 되짚는다. 거울 정렬 과정은 단계별 포스터로 기록되었고, 완성될 때마다 매직으로 하나씩 지워졌다.
그들의 복지는 풍족하지 않지만, 그들의 시야는 인류 역사상 가장 넓다. 제임스 웹은 단순한 과학 장비가 아니라, 인류의 질문이자 희망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금도 150만 km 떨어진 금빛 거울 위에서 반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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