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 장기 전망을 일부 낮췄다. 캐시 우드 CEO는 현지시간 6일 CNBC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 사이 달라진 점은 비트코인이 맡을 것이라 봤던 역할의 일부를 스테이블코인이 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2030년 비트코인 가격 목표로 제시했던 150만달러를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신흥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수행하는 기능을 감안하면 강세 시나리오에서 30만달러는 깎을 수 있다고 본다”며 “그 부분을 주목하라”고 했다. 기존 전망치의 20%가량을 덜어낸 셈이다.
우드는 스테이블코인 확산 속도를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규정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지금 그 누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 기관들도 스테이블코인을 핵심으로 한 새로운 결제 인프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달러 표시 결제 토큰이 국경을 가로지르는 소액결제·송금·상거래에서 실사용을 늘리며 비트코인이 차지할 일부 효용을 대체하고 있다는 취지다.
그렇다고 비트코인 자체에 대한 확신을 거둔 것은 아니다. 우드는 비트코인을 “글로벌 통화 시스템이자 새로운 자산군의 선두 주자, 그리고 기술 그 자체”로 규정하며 ‘디지털 금’로서의 역할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기관들은 이제 막 발을 담그기 시작했을 뿐이며 갈 길이 멀다. 완전히 디지털화된 글로벌 통화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개념이어서 전체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정산의 실무 영역을 넓히는 동안,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포트폴리오 분산의 코어 자산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시장 상황은 조정 국면이다. 비트코인은 4일 10만달러 아래로 밀리며 약 5개월 만의 저점을 새로 썼다. 6일 미 동부시간 정오 무렵에는 10만1천달러대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단기 변동성은 커졌지만, 우드는 장기 축을 흔들 변수로 ‘기관 머니’와 ‘인프라 진화’를 거듭 지목했다. 규제가 명확해지고 보관·결제 인프라가 깔릴수록 연기금·보험 등 보수적 자금이 따라 들어오고, 이는 시가총액 팽창으로 연결된다는 계산이다.
이번 발언의 의미는 분명하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로 꼽혀온 대표적 강세론자가 ‘스테이블코인 변수’를 본격 반영해 장기 목표를 손봤다는 점이다.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이 ‘제로섬’이 아니라 ‘분업’ 구도로 굳어지면, 비트코인의 결제·유통 기능 일부는 토큰화된 달러가 담당하고, 비트코인은 희소성과 검열 저항성에 근거한 가치 저장 자산으로 더 또렷해진다. 우드의 30만달러 감액은 이 구조 변화를 수치로 번역한 신호로 읽힌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확대 속도와 규제 프레임 정립이다. 국경을 넘는 디지털 달러 결제가 얼마나 빨리 제도권에 들어오는지에 따라 비트코인의 ‘역할 배분’이 달라진다. 둘째, 기관의 포트폴리오 편입 속도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로서 금 대비 어느 정도 비중을 확보하느냐가 장기 밸류에이션의 열쇠다. 우드가 전망을 낮추면서도 낙관을 유지한 배경 역시 이 두 축의 확장 가능성에 있다.
숫자는 바뀌어도 골격은 같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를, 비트코인은 가치를 맡는다. 우드는 “아직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시장이 받아들일 시간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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