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득 3억 원의 어린이집 원장”이라던 남편이 실제로는 연봉 5600만 원짜리 행정직 직원이었다면 어떨까.
최근 한 여성이 이런 이유로 결혼정보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결국 패소하면서, 결혼정보업체의 신뢰성과 검증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부산에 사는 30대 여성 이모 씨는 2022년 초 270만 원을 내고 한 대형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했다. 이곳은 이 씨에게 “연 소득 3억 원의 어린이집 원장”이라는 남성 A씨를 소개했다. 조건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이 씨는 그해 6월 A씨와 결혼했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KBS2 '왜그래 풍상씨'
결혼 한 달 만에 불화가 생기면서 이혼 소송을 준비하던 중, 이 씨는 남편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됐다. A씨는 어린이집 원장이 아니라 행정 관리 직원이었고, 연소득은 5600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 더구나 어린이집은 부모 명의로 되어 있었고, A씨는 원장 자격증조차 없었다. 사실상 ‘허위 프로필’이었던 셈이다.
이 씨는 “업체가 배우자 정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며 2023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업체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과 2심 모두 “업체가 고의로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씨의 청구를 기각했고, 지난달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법원은 “A씨의 직책과 소득이 안내된 내용과 달랐지만, 부모가 어린이집을 물려줄 계획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업체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결혼정보업체가 회원의 말만 믿고 정보를 게재하더라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이상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의미다.
KBS2 '왜그래 풍상씨'
이 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어린이집 원장이 되려면 국가 자격증이 필요하지만, 남편은 자격증이 없었다”며 “양육비도 실제 소득 기준으로 산정돼 부담이 크고, 변호사 비용까지 물게 됐다”고 했다. 결혼정보업체의 안일한 검증 탓에 인생이 크게 흔들렸다는 것이다.
반면 결혼정보업체 측은 “회원의 학력, 직업, 결혼 여부 등은 철저히 확인하지만, 개인 사업자나 프리랜서의 소득은 교제 과정에서 직접 확인하도록 안내한다”며 “모든 회원의 수입을 일일이 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결혼정보업체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프사기(프로필 사진 사기)’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온라인 후기 게시판에는 “실제 만난 사람의 외모가 사진과 너무 달랐다”거나 “프로필 사진은 10년 전 것 같았다”는 불만이 잇따른다.
서울 강남의 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는 외모를 중시하고 SNS 감성에 맞게 잘 나온 사진을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모 평가는 주관적이어서 환불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만남에서 느끼는 괴리감은 상당하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접수된 결혼중개업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1188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피해 유형은 허위 정보, 서비스 미이행, 과도한 위약금 등 다양하다. 하지만 마땅한 대책은 여전히 부재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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