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공감 능력’ 은 약점이 아니라 가장 큰 무기다
당신의 선량함이 당신을 배신했다고, 당신은 지금 그렇게 믿고 있을 겁니다. 당신의 그 뛰어난 공감 능력,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그 부드러운 마음씨가, 결국 그라는 포식자를 당신의 삶으로 끌어들인 원흉이라고 말이죠.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하지 않던가요?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그렇게 물러터졌으니까 당한 거야.” 그 모든 비난과 당신 스스로의 자책이 합쳐져, 당신은 당신의 가장 빛나는 장점을, 이제는 당신의 가장 끔찍한 결함이자 저주처럼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변하기로 결심했을지도 모릅니다. 더 차가워지기로. 더 이기적이 되기로. 다시는 누구의 상처 따위에도 마음을 주지 않는, ‘못된 여자’가 되기로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그가 진정으로 바랐던 당신의 마지막 패배입니다. 그가 당신에게서 훔쳐 가려 했던 것은 당신의 돈이나 시간이 아닙니다. 그가 진정으로 파괴하고 싶었던 것은, 당신이 가진 그 따뜻하고 풍부한 빛, 바로 당신의 ‘공감 능력’ 그 자체였습니다.
이제는 알아야 합니다. 당신의 공감 능력은 당신의 약점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가 가지지 못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고등한 형태의 지능이자 감각입니다.
다만 당신은, 그 압도적인 성능의 레이더를 가지고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사용해야 하는지 몰랐을 뿐입니다.
당신의 공감 능력은 당신을 무너뜨린 원인이 아니라, 이제 당신을 구원하고, 당신을 지키며, 당신을 다시 날아오르게 할 가장 강력하고 날카로운 무기입니다.
그는 ‘공감’을 어떻게 해킹했는가
우선 우리가 이 무기를 되찾기 전에, 그것이 어떻게 ‘해킹’당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는 당신의 공감 능력을 어떻게 당신을 공격하는 무기로 역이용했을까요?
그는 애초에 ‘약한’ 사람을 타깃으로 삼지 않습니다. 그들은 정반대의 사람, 즉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풍부한 자원(에너지, 온기, 그리고 공감)을 가진 사람을 귀신같이 찾아냅니다. 그는 텅 비어 있었고, 당신은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는 당신의 그 풍요로움에 기생하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그의 해킹은 두 단계로 이루어졌습니다.
1단계: 당신의 공감을 ‘그의 양식’으로 삼다 (이상화)
그는 관계 초반, 당신의 공감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완벽한 무대를 제공합니다. 그는 자신을 세상의 부당함에 상처받은, 그러나 그 잠재력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불운한 천재’ 혹은 ‘상처 입은 영혼’으로 연기합니다.
당신의 뛰어난 공감 능력은 즉각 이 신호를 감지합니다. ‘아, 이 사람, 내가 보듬어줘야겠다.’ 당신은 그의 겉모습이 아닌, 그의 ‘진짜 내면’(이라고 그가 주장하는 것)을 봐주려 애썼습니다.
당신의 공감은, 그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비춰주는 완벽한 거울이 되었습니다. 그는 당신의 그 공감을 양식 삼아, 자신의 텅 빈 자아를 한껏 부풀렸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그를 ‘구원’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 당신은 그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던 겁니다.
2단계: 당신의 공감을 ‘당신의 결함’으로 만들다 (평가절하)
그가 당신의 자원으로 충분히 배를 불리고 나면, 게임의 룰은 바뀝니다. 그는 이제 당신의 그 가장 큰 장점을, 당신을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그의 고통에 공감하며 조언을 하면, 그는 “네가 뭘 안다고 가르치려 들어?”라며 당신을 오만한 사람으로 만듭니다. 당신이 그의 감정 기복을 헤아려주려 애쓰면, 그는 “왜 그렇게 내 눈치를 봐? 피곤하게”라며 당신을 집착하는 사람으로 몰아갑니다.
당신이 그의 아픔을 헤아려 “무슨 일 있어?”라고 묻는 그 순간, 그는 당신의 공감을 ‘간섭’과 ‘예민함’으로 둔갑시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공감을 하자니 ‘오만’이 되고, 공감을 거두자니 ‘이기적인’ 사람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당신의 공감 능력은 완전히 길을 잃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가장 선한 의도가, 그에게는 언제나 최악의 결과로 해석되는 이 기괴한 현실 앞에서, 당신의 감각 자체를 의심하게 됩니다. “내가 정말 예민한 걸까?”, “내 공감이 잘못된 걸까?”
이것이 그가 설치한 가장 악랄한 바이러스입니다. 당신의 가장 강력한 센서(공감)를, 고장 난 불량품으로 믿게 만드는 것. 당신의 장점을 당신 스스로 저주하게 만드는 것.
무기를 다시 벼리다: 차가운 공감과 따뜻한 공감
이제 그 바이러스를 치료하고, 당신의 무기를 되찾을 시간입니다. 당신의 공감 능력은 단 하나의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 그 방향과 온도를 조절해야 하는, 정교한 도구입니다.
첫째, 그를 향해서는 ‘차가운 공감’을 사용하라.
당신이 그에게 휘둘렸던 이유는, 그의 고통에 ‘공감’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고통을 ‘동정(Sympathy)’했기 때문입니다. 동정은 ‘아, 불쌍해. 내가 도와줘야지’라며 그의 문제에 감정적으로 휘말려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제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차가운 공감(Cold Empathy)’ 입니다. 이것은 감정적 이입 없이, 지적으로 그의 행동 패턴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아, 그가 지금 저렇게 분노하는구나. 그건 그가 정말 화가 난 게 아니라, 자신의 수치심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일 뿐이지.” “그가 나에게 갑자기 잘해주는구나. 이건 나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기애적 보급품’이 떨어져서, 내 반응을 테스트하려는 ‘후버링’이구나.” “그가 저렇게 불행한 척하는구나. 그건 정말 불행해서가 아니라, 내 죄책감을 자극해서 나를 통제하려는 연기일 뿐이구나.”
이 ‘차가운 공감’은, 당신을 그의 드라마에서 빠져나오게 합니다. 당신은 더 이상 그의 감정적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조연 배우가 아니라, 그의 유치한 연기 패턴을 꿰뚫어 보는 냉철한 관객이 됩니다. 당신은 그를 불쌍해하는 대신, 그가 얼마나 예측 가능하고 지루한 패턴을 반복하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이 앎(knowing)이야말로, 당신이 다시는 그의 덫에 걸려들지 않게 할 가장 강력한 방패입니다.
둘째, 당신을 향해서는 ‘따뜻한 공감’을 사용하라.
당신은 그동안, 그 강력한 공감 능력을 단 한 사람에게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당신은 그의 사소한 기분 변화에는 레이더를 곤두세우면서, 당신의 영혼이 지르는 비명은 애써 외면했습니다. 당신은 그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당신의 상처를 함부로 대했습니다.
이제 당신의 그 섬세하고 따뜻한 공감의 빛을, 온전히 당신의 내면으로 돌릴 시간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기 연민(Self-Compassion)’ 이며, 자존감을 다시 세우는 핵심입니다. (65번 글과 연결됩니다.)
과거의 당신을 떠올리며 수치심(Shame)이 밀려올 때, 예전처럼 “넌 정말 바보 같았어”라며 스스로를 비난하지 마세요. (그것은 그의 목소리입니다.) 대신, 당신의 그 따뜻한 공감 능력을 발휘해, 그날의 당신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그랬구나. 너 정말 무서웠겠다.” “그 상황에서 살아남으려고, 너 정말 애썼다.” “네가 매달렸던 건 네가 약해서가 아니라, 그게 네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생존 방식이었구나. 고생 많았어.”
당신이 울고 싶을 때, “울지 마, 강해져야지”라고 말하지 마세요. 대신, “그래, 지금은 울어도 돼. 그동안 너무 힘들었지.”라고 말해주세요.
당신의 그 뛰어난 공감 능력이, 그를 향한 ‘독’이 아니라 당신을 살리는 ‘약’이 되는 순간입니다. 당신이 당신 자신의 가장 다정한 친구가 될 때, 당신은 더 이상 외부의 그 누구에게도 당신의 가치를 증명받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당신의 공감은, 이제 당신의 갑옷이다
당신은 다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울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이 ‘빌어먹을’ 공감 능력이 또다시 포식자를 끌어들일까 봐 겁이 날 겁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당신은 이제 다릅니다. 당신은 불을 본 사람, 즉 ‘경험자’ 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공감 능력은 이제 순진한 호의가 아니라, 불순물을 걸러내는 가장 정교한 ‘필터’ 이자 ‘갑옷’ 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이제, 건강한 사람의 따뜻한 공감과, 포식자의 교묘한 연기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레이더는 이제 훨씬 더 예민하고 정확해졌습니다. 당신은 사소한 낌새만으로도, 저 미소가 진심인지 아니면 가면인지, 저 도움이 선의인지 아니면 통제인지 감지해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차가운 사람이 될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그 따뜻함을 잃을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은 그저 ‘경계선(Boundary)’ 이라는 단단한 울타리를 두른, ‘현명한 공감자’ 가 되면 됩니다.
당신의 공감 능력은 저주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라는 존재의 가장 아름다운 핵심입니다. 그가 그토록 탐내고, 그래서 그토록 파괴하려 했던 바로 그 빛입니다. 이제 그 빛을 되찾아, 어둠을 꿰뚫어 보는 데 쓰고, 당신 자신을 비추는 데 쓰세요. 그것은 당신의 가장 연약한 지점이 아니라, 당신의 가장 위대한 힘입니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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