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더 재킷, 셔츠 모두 Polo Ralph Lauren. 목걸이 Chrome Hearts. 이너 슬리브리스 톱, 웨스턴 모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에디터를 본 노상현) 이거 같이 드실래요?
오, 네! 감사합니다.(웃음)
그런데 이건 뭐예요? 사탕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포도당이에요. 사탕처럼 보이는데, 이게 분필을 먹는 것 같은 식감이 있어요. 분필을 보면 괜히 먹어보고 싶잖아요. 왠지 식감이 뽀드득할 것 같고.(웃음) 촬영할 때 자주 먹어요.
이 말을 들으니 어렸을 땐 어떤 아이였을지 궁금해지는데요?
얼마나 어렸을 때요?
분필을 보며 먹는 상상을 해봤을 무렵 정도요?
하하. 누군가에겐 엉뚱해 보일 수 있는데, 제 딴에는 전혀 엉뚱하지 않은 상상을 하는 면모는 항상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고등학생 때까지는 지금보다 훨씬 밝았던 것 같아요. 훨씬! 그러다 대학교에 가면서부터 조금씩 삶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나는 누구이고, 인생이란 뭘까. 그렇게 내 안과 밖을 들여다보면서부터 조금씩 진지해지기 시작했죠.
‘나’와 세상을 향해 품었던 물음표가 앞으로의 삶을 대하는 큰 뿌리가 되기도 하잖아요. 그 과정은 어땠어요?
처음엔 그저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세상에 대한 많은 정보와 내면에 쌓이는 감정이 한순간에 너무 많이 쏟아진 거죠. 거기서 오는 생각들, 그러니까 나는 왜 태어났으며,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인간이 갖는 이상과 현실에 대한 주제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고 깨달아가는 과정을 계속 반복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생각은 지금도 계속해요. 저에겐 그게 기본값이거든요. 그래서 항상 생각이 많아요.(웃음)
퍼 코트, 티셔츠, 벨트 모두 Coach. 선글라스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팔찌, 반지 모두 Buccellati. 스니커즈 Maison Margiela. 데님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톱 Recto. 데님 팬츠 Dolce&Gabbana.
어린 나이 때부터 무거운 질문들을 품어왔네요. 그 무수한 물음엔 어떤 답을 내려가고 있어요?
중요한 건 의미인 것 같아요. 하루를 값지게 만드는 건 무엇인지,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보며 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가지고 가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제 가치관을 정립하고 그것을 따라가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제가 생각이 많아서인지 내려놓고, 비우고 살아가는 게 필요하겠더라고요.
내려놓는다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쵸. 그래서 하루 단위로, 세밀하게 저만의 규칙을 지켜나가는 게 중요해요. 거기서 안정감이라는 게 오는 것 같거든요. 그냥 살아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의미 있는 거죠. 그러니까 매일 어떤 자극을 좇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으로 저를 케어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매일 지켜나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 속도가 느릴지언정, 잔잔하게 제 일상의 레벨을 올리려고 노력하는 거죠.
안 그래도 최근 여기저기에 남긴 말들에서 느꼈어요. 노상현의 시간은 대개 천천히, 고요하게 흐르겠구나.
요즘은 부쩍 산책을 많이 해요. 원래 야행성이었는데, 이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서 나름의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작년 연말 즈음에 2025년의 키워드를 ‘건강’으로 잡았던 것 같은데, 그 키워드를 신경 쓰면서 지키려고 노력하니 확실히 좋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산책길에서 부쩍 선선해진 날씨도 체감하고 있고요?
네, 너무요. 요 며칠 날씨가 정말 좋았잖아요. 여름이 지나고 나니 왜인지 공기도 더 맑아진 것 같아 화창한 날씨를 너무나 잘 만끽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가을이 왔구나’ 하고 말이죠.(웃음)
니트 톱 Recto. 안경 Burberry.
니트 톱, 팬츠 모두 Prada.
이야기를 나누는 지금은 공개 전이지만, 이 인터뷰는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가 모두 공개되고 난 이후에 나갈 거예요. 생각이 많은 사람 노상현은 보통 이때 어떤 생각에 빠지나요?
사실…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어요.(웃음) 꽤 오래전에 촬영이 끝났거든요. 거의 1년이 됐으니까요. 제작 발표회에서 오랜만에 함께 출연한 배우분들과 만나 작품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떠올려보면 너무나 재미있었던 기억만 남았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재미있게, 열심히 했던 저희의 시간이 잘 담겨 있으면 좋겠다, 시청자분들도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요?
솔직해서 좋은데요.(웃음) 시청자로서 품는 궁금증이라면 ‘김은숙 작가와 노상현 배우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뿜어낼까?’가 아닐까 싶어요.
작가님을 만나 뵌 것부터 너무나 큰 영광이었어요. 김은숙 작가님이 만드신 이 작품의 독창적인 세계관이 정말 대단해요. 처음 대본을 읽고는 ‘이게 뭐지?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요. 좀 더 설명하자면 이 장면이 어떻게 그려지고 보여질지까지 다 생각하고 대본을 쓰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시청자가 이 장면을 봤을 때 무엇이 가장 잘 전달돼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배치해두신 것 같았고요. 모든 것이 경이로웠죠.
엄청난 재력을 가진 수상한 건물주이자, 죽음의 천사 ‘수현’을 연기했어요. 신비롭고도 미스터리한 이 인물을 구체화한 과정을 되돌아보면요?
‘수현’은 단순히 이중적인 인물이라기보다 다채로운 캐릭터라고 말하고 싶어요. 선하지만 마냥 선하지만은 않은. 진지하지만, ‘지니’와는 티격태격하며 장난스러운 모습도 보여주고요. 때로는 가볍기도 하고, 유치한 모습도 있죠. 이런 ‘수현’의 다양한 얼굴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가장 무게를 뒀어요. 그리고 ‘수현’은 신의 영역에 존재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대사 자체도 어려운 말이나 표현이 많았고, 말투도 어딘가 연극스러운 구석이 있었어요. ‘수현’만의 말투를 구축하는 게 필요했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는데,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수현’을 연기하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얼마나 잘했는지,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네요.
레더 재킷, 셔츠 모두 Polo Ralph Lauren. 데님 팬츠 Levi’s. 목걸이, 반지 Chrome Hearts. 웨스턴 부츠 Prada. 이너 슬리브리스 톱,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쩐지 속을 쉽게 알 수 없는 인물처럼 들리네요. 그런 ‘수현’에게 유독 애틋함을 느낀 장면도 있을까요?
마지막 화 ‘수현’의 마지막 신이요. 그 장면이 뭐랄까… 좀 ‘츤데레’스러운 모멘트인데, 전 왠지 그 모습이 쓸쓸해 보였어요. 어떻게 보면 ‘수현’은 1화부터 줄곧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을 하는 친구거든요. 그 장면만 본다면 전혀 슬프거나 쓸쓸한 분위기는 아닌데, 좀 애틋하더라고요. ‘수현은 누가 챙겨줘?’ 싶은 마음예요.(웃음) 그 장면을 보신 분들이라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실 거예요.
노상현의 필모그래피를 보며 작품마다 배우로서 유의미한 기록을 남기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파친코〉는 노상현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작품이었고, 영화 첫 주연을 맡았던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제45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과 제11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신인배우상을 받았죠. 〈다 이루어질지니〉는 무엇을 남겨준 것 같나요?
그러게요. 〈다 이루어질지니〉는 어떻게 기록될까요….(웃음) 그런데 전 어떠한 결과보다는 이 작품에서 ‘수현’을 연기했다는 경험 자체가 무척 값져요. 신선한 세계관을 가진 작품에서 특별한 인물을 연기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나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느껴요.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성취감을 얻은 기분이에요.
〈다 이루어질지니〉의 ‘수현’을 지나, 배우 노상현이 기다리는 새로운 인물, 새로운 경험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비밀입니다. 전 어떤 것이든 다 해보고 싶고, 할 수 있거든요.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것들을 찾아가며 도전하지 않을까요.
블라우스 Dior.
‘수현’의 한 부분을 극대화해 아주 차갑거나, 냉혈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노상현도 궁금해지네요. 아주 극악무도한 악역도요.
좋죠! 그런 역할이 먼저 들어올 줄 알았는데, 하다 보니 이렇게 가고 있네요? 하하.
결정적인 순간에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해둘까요?
좋은데요. 나중을 위해 기다리며 말을 아끼고 있어요.(웃음) 아직 해볼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작품도 너무 많아요.
촬영이 한창인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도 그중 하나겠어요.
네. 즐겁게 찍고 있어요. 현장 분위기도 워낙 좋아 배우분들, 스태프분들 사이에 웃음이 끊이지 않죠.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입헌군주제가 현대에 있다는 설정도 신선했고, 제가 연기하는 ‘민정우’는 총리인데 그 인물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으면서 재미있게 잘해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1910~1980년대를 다룬 시대극 〈파친코〉의 ‘백이삭’과 21세기 입헌군주제 배경의 ‘민정우’ 사이의 대비를 지켜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아요.
시대상에서 오는 클래식함을 놓고 본다면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두 인물이 표현되는 방식은 아무래도 다를 거예요. 작품 자체의 결도 다르고요. 익숙해 보이지만, 분명히 다른 지점을 ‘정우’에게서 보게 되실 거예요.
‘오늘 참 좋았다’ 하고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노상현의 하루는 대개 어떤 모습인가요?
저는 크게 바라지 않아요. 제게 대단한 무언가를 바라지도 않고요. 그저 오늘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해내고, 나를 위해 노력한 것이 있다면 만족해요. 아까 말씀드린 스스로의 루틴을 잘 지켰다면 그 역시 좋았던 하루가 되죠.
화보 촬영도, 인터뷰도 끝마친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둘 다 잘 끝냈으니 만족해요. 이제 집에 돌아가 다시 대본을 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다 저녁을 먹고, 아마 산책하러 나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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