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찬 공기가 코끝을 스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일이 있다. 바로 '귤'이다. 귤은 난방기 옆에 앉아 껍질을 벗기면 상큼한 향이 퍼지고, 노란 과즙이 손끝에 맺힌다.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입안을 채우며 쌀쌀해진 날씨를 잊게 만든다.
그렇게 한 봉지를 까먹고 나면 바닥에는 '귤껍질'만 남는다. 대부분은 별생각 없이 버리지만, 사실 몸의 순환을 돕고 속을 편하게 해주는 천연 '한약재'로 알려져 있다.
한의학이 말하는 귤껍질의 효과
한의학에서는 귤껍질을 ‘진피(陳皮)’라 부른다. ‘묵을 진(陳)’ 자를 써 오래된 껍질이라는 뜻이다. 갓 벗긴 귤껍질은 수분이 많고 자극적인 향이 강하지만,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려 오래 두면 향이 부드럽고 깊어진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쓰며 맵다. 가슴의 답답함을 풀고 음식의 맛을 돋운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처럼 위장을 따뜻하게 해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담(痰)을 없애 기침과 가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한의학의 대표적인 기본 처방에도 빠지지 않는다. 소화기 질환에 쓰이는 ‘평위산’, 기침과 가래를 다스리는 ‘이진탕’ 모두 귤껍질을 핵심 성분으로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몸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쌓인 노폐물과 수분을 밖으로 내보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귤껍질이 약이 되는 과학적 이유
한의학뿐 아니라 현대 연구에서도 귤껍질이 몸에 좋은 이유가 지속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귤껍질에는 ‘헤스페리딘’, ‘나린진’, ‘리모넨’ 같은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들은 혈중 지방을 줄이고 몸의 산화를 막는 데 도움을 준다. 또 기관지 염증을 가라앉혀 기침을 덜 하게 하고,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하는 작용도 있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는 귤껍질이 몸속 염증을 줄이고 지방 대사를 돕는 효과에 관한 연구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2022년 중국 광저우 중의약대학 연구팀이 Journal of Functional Foods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귤껍질 추출물을 먹인 실험용 쥐의 혈중 지방 수치와 간 지방이 줄고, 혈당 조절이 나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귤껍질, 이렇게 이용하면 좋다
이처럼 귤껍질은 몸에도 좋고 생활 속에서도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가장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차로 우려 마시는 것이다. 말린 귤껍질에 뜨거운 물을 부어 5~10분 정도 우리면 향긋하고 따뜻한 귤차가 완성된다. 식사 후 속이 더부룩할 때 마시면 좋고, 꿀을 한 스푼 넣으면 맛이 부드러워지며 향이 깊어진다. 감기 초기에도 도움이 된다.
욕조에 띄워 입욕제로 쓰기도 좋은 방법이다. 말린 귤껍질을 작은 주머니에 담아 욕조에 넣으면 은은한 향이 퍼지면서 피로가 풀린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근육이 뭉치거나 손발이 찬 사람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완전히 말린 귤껍질은 천연 방향제로도 쓸 수 있다. 천 주머니에 담아 옷장이나 신발장에 두면 습기와 냄새가 줄어든다.
다만 시중에서 파는 귤은 껍질에 농약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 그대로 말려 쓰지 않는 게 좋다. 껍질을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말리거나, 식품용 혹은 약재용으로 가공된 귤껍질을 구매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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