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에서 약 80km 가량 떨어진 작은시골 마을 '노스 세이럼(North Salem)'이 세계 각국 글로벌 기업 오너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일찌감치 차세대 미국 재벌들의 요람으로 불린데다 실제로도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주요 기업 후계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어서다. 향후 후계자로 거듭날 오너 자녀들의 네트워크 구축에 최적화 된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당 지역 주변에는 승마·폴로·골프·사냥 등 지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 스포츠 인프라가 집중돼 있어 사교 모임을 갖기에 최상의 장소로 평가된다.
게이츠, 블룸버그, 핑크, 디난 등 노스 세이럼에 모인 미국의 재벌 2세들
'노스 세이럼'에 거주하는 젊은 청년들 중 상당수는 모두 미국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의 자녀들이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제니퍼 캐서린 게이츠(Jennifer Katharine Gates)가 꼽힌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이자 세계 최고 부호 중 한 명인 빌 게이츠(Bill Gates)의 장녀다. 빌 게이츠의 자산은 올해 기준 1380억달러(한화 약 198조원)에 달한다. 제니퍼의 개인 자산은 정확히 공개된 바 없지만 미국 내에서는 최소 1000만달러(약 148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빌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빌&멀린다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사회 환원 통로로 재단을 콕 짚은 만큼 재단 이사장 자리만 물려주면 사실상 재산 상속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수익창출이 목적인 기업을 이끄는 자리가 아니다 보니 후계자 선정에 자녀의 성별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스탠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제니퍼는 현재 뉴욕 아이칸 의과대학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일찌감치 소아과 의사로서 의료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제니퍼는 대학 졸업 해인 2018년 아버지인 빌 게이츠로부터 노스 세이럼에 위치한 저택 한 채를 선물로 받았했다. 해당 저택의 규모는 대지면적 50만2000㎡(약 15만1800평), 건물 연면적 약 700㎡(약 215평) 등이다. 저택 내부는 침실 8개, 화장실 6개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해당 저택의 가장 큰 특징은 마당에 펼쳐진 초호화 승마 인프라다. 아마추어 승마선수로 활약 중인 제니퍼가 직접 대형 마구간과 실외 훈련장, 점프 코스, 창고 등 승마 전용 인프라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21년 이곳에서 이집트 출신 승마선수 나옐 나사르(Nayel Nassar)와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저택의 최초 매입가는 1580만달러(약 230억원)이며 현재 가치는 약 3800만달러(약 550억원)까지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니퍼 소유 저택 인근에는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블룸버그 L.P 창립자의 차녀 조지나 블룸버그(Georgina Bloomberg) 소유 저택이 자리하고 있다. 마이클은 글로벌 통신사 블룸버그통신 등 여러 미디어·금융 업체를 소유한 미디어 재벌이다. 과거 뉴욕시장직을 세 차례나 역임하기도 했다. 수많은 미국 재벌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와 더불어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혀 왔다.
마이클의 재산 규모는 1050억달러(약 143조5000억원)며 차녀인 조지나의 경우 재산이 공개된 바 없다. 다만 조지나가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조지나 블룸버그 재단의 총자산은 무려 2630만달러(약 360억원)에 달한다. 조지나는 '조지나 블룸버그 재단' 운영과 동시에 승마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조지나는 2001년 아버지인 마이클로부터 해당 저택을 증여받았다. 증여 전 매입가는 3600만달러(약 52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해당 저택의 규모는 대지면적 8만1000㎡(약 2만4400평), 건물 연면적 510㎡(약 155평) 등이다. 내부는 침실 6개, 욕실 5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지나 또한 승마선수로 활약하는 만큼 대형 마구간, 실내외 승마장, 점프코스 등 승마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해당 저택의 현재 가치는 약 5100만달러(약 736억원)로 추산됐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 공동 창업주이자 현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Larry Fink)의 장남 조슈아 핑크(Joshua Fink)도 노스 세이럼에 위치한 저택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기준 래리의 재산은 13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아들 조슈아 역시 부친의 영향을 받아 현재 금융투자업계에 몸 담고 있다. 래리는 2004년 3650만달러(약 525억원)를 주고 대지면적 4만500㎡(약 1만2200평), 연면적 1670㎡(약 500평) 규모의 저택을 매입했다. 저택에는 방목지, 마구간, 승마트랙 등 고급 승마시설이 마련돼 있다. 조슈아는 청소년 시절부터 쭉 이곳에서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 거물 제임스 디난(James Dinan) 요크 캐피털 매니지먼트 창립자의 장녀 케이트 디난(Katie Dinan)도 노스 세이럼 주민이다. 제임스는 올해 기준 약 22억달러(약 3조2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트는 프로 승마선수로 국제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케이트가 거주 중인 저택의 소유자는 아버지인 제임스다. 2005년 제임스는 1100만달러(약 160억원)을 들여 저택을 매입하고 주변을 대규모 승마장으로 리모델링했다. 게스트하우스와 마구간, 승마코스, 대형 창고 등이 마련돼 있다. 저택 규모는 대지면적 21만㎡(약 6만평), 건물 연면적 2200㎡(약 665평) 등이다. 해당 저택의 현재 가치는 4800만달러(약 700억원)으로 평가됐다.
노스 세이럼에는 재벌과는 거리가 먼 유명인들도 다수 거주하고 있다. 미국 원로급 배우인 리처드 기어(Richard Gere)가 대표적이다. 리처드는 2002년 980만달러(약 141억원)에 대지면적 4000m²(약 1200평), 건물 연면적 1080m²(약 327평) 규모의 저택을 매입했다. 건물 내부는 침실 8개, 욕실8개로 구성돼 있다. 건물 외부에는 인공호수와 수영장 등이 마련돼 있다.
엘리트 스포츠로 연결된 부(富)의 네트워크, 외부 노출 철저히 피하는 '폐쇄적 문화' 만연
미국을 대표하는 재벌가 자녀들이 '노스 세이럼'에 몰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뉴욕 맨해튼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면서도 철저한 보안과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스 세이럼에서 자동차로 약 40분이면 맨해튼 중심지까지 도착 가능하다. 또 마을 주변은 국립보호구역으로 둘러싸여 있어 사실상 확실한 용건이 없는 한 외부인이 접근하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
또 다른 이유로는 미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고급 스포츠 인프라가 꼽힌다. 이곳에선 승마는 물론 골프, 보트, 사냥 등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올드 세일럼 농장(Old Salem Farm)'에서 열리는 국제 승마대회의 경우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기도 한다. 과거 제니퍼 게이츠·조지나 블룸버그·케이트 디난 등이 해당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급 스포츠 인프라는 네트워크를 쌓기에 최고의 조건으로 평가된다. 스포츠를 함께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는 식이다. 이미 종목 별로 사교 클럽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스 세이럼의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무려 20만달러(약 3억원)에 달한다. 미국 평균(8만달러·1억1500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평균 주택 가격 역시 180만달러(약 26억원)로 미국 내 다른 농촌에 비해 상당히 높다. 지역 전체 인구는 약 5200명으로 이 중 아시안 비율은 1.6%로 파악됐다. 뉴욕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노스 세이럼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농촌 마을이다"며 "엘리트 스포츠를 기반으로 모여든 재벌 후계자들 간에 네트워크가 단단하게 형성돼 있으며 이는 오랜 기간 동안 매우 비밀스럽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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