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홍민정 기자] 지난달 한국의 철강 수출 물량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컸던 202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보호무역주의 심화, 중국산 철강재의 ‘밀어내기식’ 덤핑 수출이 겹치며 수출 환경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권역별 현지 생산 전환과 고부가·친환경 강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철강 수출량은 218만9490t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246만8922t) 대비 11.3% 감소한 수준이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것으로, 코로나 팬데믹 여파가 한창이던 2021년 9월(전년 동월 대비 -19.1%) 이후 최대 낙폭이다.
권역별로는 북미, 동남아, 유럽 등 주요 수출 시장 전반에서 부진이 나타났다. 먼저 북미 수출은 4.5% 감소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도입된 50% 고율 관세 여파가 이어지며 한국산 철강 수출이 3.7% 줄었다.
한국산 철강을 가공해 미국으로 재수출하는 구조를 가진 멕시코향 물량도 20.8% 감소하면서 북미 전체 수출이 위축됐다.
동남아시아향 수출은 17.4%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저가 반제품·판재류가 대거 유입되며 한국산 물량을 대체한 결과로 보고 있다. 유럽향 수출 감소 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유럽 수출은 39.6% 줄었다.
EU가 수입쿼터 축소를 추진하고, 탄소국경조정제(CBAM) 도입을 앞두고 규제를 강화하는 등 통상 환경이 까다로워진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수출 여건 악화 속에서 국내 철강사들은 ‘수출 의존’ 전략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미국 최대 자동차 강판 공급망을 보유한 클리블랜드클리프스(조강 생산량 기준 미국 2위·연 1727만t)와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내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자해 클리블랜드클리프스 지분 10% 이상을 인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일관 제철소 신설을 추진 중이다. 내년 착공 후 2029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조지아·앨라배마 등 북미 완성차 생산 거점과 연계해 ‘미국 내 일관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현지 생산·공급 비중을 높여 관세·쿼터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중국산 저가 물량과의 가격 경쟁이 구조적으로 한계에 부딪힌 만큼, 자동차용 초고장력강(AHSS), 전기차용 전기강판, 액화천연가스(LNG)선급 극저온 후판 등 고부가·저탄소 강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는 중국산과의 단순 단가 경쟁을 피하는 동시에 EU CBAM과 유럽 완성차·제조사의 스코프3(공급망 탄소 배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세와 수입쿼터로 국경 장벽이 높아지고 중국산 저가 물량이 세계 곳곳에서 파고드는 상황에서, 권역별 현지 생산 거점을 늘리고 고부가·저탄소 강종 비중을 키워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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