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국내 식품업체들이 저성장의 늪에 빠진 본업을 넘어 수익성이 높은 뷰티(Beauty)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K-뷰티 열풍과 건강·웰니스 트렌드 확산을 계기로 식품사들이 화장품 ODM 투자, 원료 융합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내 식품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고물가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며 매출 성장률이 둔화되자, 식품기업들은 높은 마진과 글로벌 성장성이 보장된 뷰티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보고 있다. 식품사는 특히 원료·유통·브랜드 자산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뷰티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화장품 ODM 전문업체 씨앤씨인터내셔널에 약 500억 원 규모의 재무적 투자를 단행했다. 신규 투자처 발굴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를 위해 성장성이 높은 코스메틱 산업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베이커리 B2B 사업 및 FC 버거 사업 등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재무 효율성과 투자 수익 기반 확보 차원에서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계열사 서영이앤티를 통해 지난해 SKS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화장품 제조사 비앤비코리아를 약 1200억 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인 뷰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비앤비코리아는 달바, 케디큐브 등 색조·스킨케어 브랜드 100여 개를 고객사로 둔 ODM 전문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803억 원과 영업이익 166억 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자회사 제주용암수를 활용한 화장품 사업을 준비 중이다. 최근 정관상 사업 목적에 ‘화장품책임판매업’을 추가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해외에 제주도 용암해수의 우수성을 알려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ODM 방식으로 화장품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hy(옛 한국야쿠르트)는 기능성 식품 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먹는 뷰티’와 ‘바르는 뷰티’를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장이 건강하면 피부도 좋아진다’는 개념에 착안해 이너뷰티 라인 ‘엠프로(MPRO)’ 시리즈를 출시하고, 피부 특화 유산균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또 자사 브랜드 ‘프레딧뷰티’를 통해 유산균 HY7714를 화장품 원료로 적용한 앰플·선에센스·모델링팩 등 스킨케어 제품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뷰티 시장에 진입했다. hy는 외부 화장품 전문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유산균 대사물질을 피부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 섭취(이너뷰티)와 도포(스킨케어)를 아우르는 융합형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산업은 안정적이지만 성장성이 제한적이다. 최근에는 K-뷰티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며 식품사들도 뷰티를 유망 신사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식품사가 뷰티 산업에서 성과를 내려면 ▲전문 인력 확보 ▲브랜드 신뢰 구축 ▲해외시장 진출 전략 등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고수익 사업을 따라가기보다, 자사가 가진 원료·유통·소비자 데이터 기반으로 ‘웰니스(Wellness)’ 가치와 연계된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식품사의 뷰티 진출은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봐야 한다”며 “K-푸드에 이어 K-뷰티까지 아우르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