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둘러싼 정치·사법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재판부가 이미 재판 중단 입장을 밝힌 만큼, 이를 번복한다면 그에 맞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심리 상황과 판단은 재판부의 고유 권한이며 존중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발언은 ‘재판중지법’ 논의를 둘러싼 정치권과 사법부의 시각차를 드러내며,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형사재판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권력 분립’의 실제 작동을 시험대에 올렸다.
◇“재판부 입장 번복 시 조치 필요”…대통령실, ‘재판중지법’ 논란에 선 긋기
강훈식 비서실장은 7일 오전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재판부가 더 이상 재판이 진행돼선 안 된다고 밝힌 이상, 만약 그 입장을 번복한다면 그에 따른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는 재판부의 판단과 신뢰의 문제”라며, 대통령실이 사법 판단에 개입한다기보다 ‘법원의 일관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재판중지법’은 현직 대통령이 피고인인 형사사건의 경우 재임 중 재판을 일시 중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국정안정법’이라 명명하며 연내 처리를 추진했으나, 대통령실은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말라”고 요청해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법원 판단 개입 없다”…대통령실, “당연한 일”로 선긋기
정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이 법원 판단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방침이 있느냐”고 묻자 강 실장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재판중지법의 위헌성 논란’에 대해서도 “그 자체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법원의 판단은 사법부의 고유 권한이며, 대통령실은 어떠한 형태로도 관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정치적 쟁점을 대통령실이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천대엽 “법치주의의 핵심은 신뢰…재판부 판단 존중해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같은 자리에서 “헌법 제84조의 불소추 특권은 여전히 최종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며 “법치주의의 핵심은 국민 신뢰이며, 사법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판 하나하나의 심리 과정과 판단이 모두 사법의 구성 요소”라며 “심리 상황과 판단을 존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최근 정치권이 ‘재판중지법’을 둘러싸고 벌인 논쟁에 대해, 사법부가 정치적 간섭을 경계하는 명확한 신호로 읽힌다.
◇“정치와 사법의 경계”… 국정안정 vs 사법독립, 제도 논쟁으로
‘이재명 대통령 재판’은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이 형사재판을 받는 사례로, 정치적 파장이 크다.
민주당은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위한 불가피한 입법”이라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한다.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재판중지법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신중론과 “현직 대통령의 직무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실용론이 맞선다.
결국 이번 논쟁은 ‘법 적용의 중단’이 아닌 ‘헌법 원리의 해석’을 둘러싼 제도적 논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치가 사법의 영역을 해석하려 하고, 사법이 정치적 신뢰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국회와 법원은 ‘권력의 선’을 넘지 않으면서, 국민의 신뢰라는 공통 분모를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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