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
차량들이 주차장 입구부터 가득 몰려 있습니다.
"그래서 관리도 안 되고 그런 게 있어요"
"근처 삼거리로 주소를 따로 알려줘야 해요"
[오프닝]
우리가 매일 오가는 아파트 단지. 밖에서 보면 다 똑같아 보입니다. 같은 울타리, 같은 외관, 그리고 같은 이름.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같은 단지 내에서도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편리하고, 또 누군가는 불편한 구조 속에 살아갑니다. 그 현장에 르데스크가 다녀왔습니다.
[비좁은 임대아파트 주차장]
노원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수천세대가 거주하는 이 단지의 끝자락에는 임대동이 따로 배치돼 있습니다. 해당 임대동은 25층짜리 고층임에도 주차 공간이 많이 협소합니다. 주차 공간이 적다 보니 주차장 진입로까지 차량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야간 서 있는 차량이 잘 눈에 띄지 않아 위험해 보입니다. 임대동으로 바로 통하는 아파트 출입구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지만 인도가 없습니다.
(단지 주민 인터뷰)
"그렇죠, 주차장 좁고 여기서 안사는 사람들이 차를 대놓고 볼 일 보러 다니고 그래서 관리도 안 되고 그런 게 있어요. 거의 한 곳에 계속 서 있어요"
[높은 담장으로 구분된 임대아파트]
성북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총 17개 동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그 중 2개 동은 높은 벽과 계단으로 다른 동들과 구분돼 있습니다. 양쪽을 오가려면 높은 계단을 오른 후, 또 다시 내려가야 합니다. 주차장도 따로 구분돼 있습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구분돼 있다 보니 배달이나 택배, 심지어 119 응급차량 등이 진입 위치를 혼동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단지 주민 인터뷰)
"주소 찍으면 (일반동) 정문으로 나오니까. 분리가 돼 있어서 저 위로 5~10분 걸어가면 (번거롭다고 하니까) 근처 삼거리로 주소를 따로 알려줘야 해요. 요청 사항에 그런 걸 따로 해야 해요."
[같은 단지 안에 1XX동, 2XX동 혼재. 이유를 알아보니]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이곳은 총 11개 동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다만 같은 단지 아파트임에도 1XX, 2XX 등으로 동 번호가 구분돼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숫자 구분뿐 아니라 시설마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입니다. 임대동은 일반동의 지하주차장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언덕에 위치한 입지적 특성 때문인데 이런 이유로 일반동과 임대동의 진입로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일반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임대동은 계단을 통해 내려갑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가파른 계단은 한 눈에 봐도 위험해 보입니다. 고령자나 어린 자녀를 둔 가구의 경우 상당한 주의가 필요할 듯 합니다.
(단지 주민 인터뷰)
"관리 체계도 다 따로따로 하던데요. 임대아파트 나름대로 또 따로 있고 그렇게 계약을 하기 때문에 관리를 그런 식으로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물건을) 다 쌓아놓더라고요. 그거 하나씩 들고 올라가는데. 처음 임대가 영원한 임대는 아니잖아요.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게끔, 그리고 아이들도 있잖아요. 경제적 차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걱정되더라고요)"
[임대는 못 들어가는 같은 건물 공간]
마포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입니다. 29층 규모인 이곳은 지역의 랜드마크로도 유명한데요. 하지만 화려함의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도 있습니다. 같은 건물 내에서도 10층 아래의 임대호실과 11층부터 시작되는 일반 호실의 명백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입구부터 11층 이상과 10층 이하로 구분돼 있습니다. 10층 이하 입구로 들어가면 보이는 엘리베이터 역시 숫자가 10층까지 밖에 없습니다.
또 10층 11층으로 올라가는 비상계단도 완전히 차단돼 있습니다. 만약 10층 아래층에서 불이 난다면 주민들은 건물 옥상으로 대피도 하지 못하는 아찔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피난시설의 폐쇄 또는 차단 행위'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마포구청 관계자 인터뷰)
준공은 저희 과에서 내준 게 맞아요. 인·허가를 해주는 건 저희가 다 검토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정한 서류를 갖췄는지 보고 승인을 내주는 거지 그 뒤에 공용 이런 거에 대한 관리를 법령 같은 걸 잘 기억하거나 설계자가 아니거든요 저희가.
[클로징]
같은 단지 안의 보이지 벽, 단순히 건물 구조가 아니라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모두 함께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