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홍민정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격차가 역대 최소 수준으로 좁혀졌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SK하이닉스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며 코스피 시가총액 1위 경쟁이 가시화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400원(1.39%) 하락한 9만9,200원에, SK하이닉스는 1만4,000원(2.42%) 오른 59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업종 전반이 레거시(범용) 제품부터 HBM(고대역폭메모리)에 이르기까지 수요가 확대되는 뚜렷한 확장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특히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 속도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 3개월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44% 오르는 데 그쳤지만,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29% 급등했다. 국내 증시가 큰 폭 조정을 받았던 전날에도 SK하이닉스는 장중 6% 가까이 빠졌다가 낙폭을 만회하며 1% 하락에 그친 반면, 삼성전자는 낙폭을 줄이지 못하고 4% 하락 마감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양사 시가총액 격차도 빠르게 줄고 있다. 거래소 집계 기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431조7,050억 원으로 삼성전자(587조2,280억 원)의 약 74% 수준까지 올라섰다. 1년 전만 해도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40% 수준에 그쳤다.
주가 강세에도 증권가는 SK하이닉스를 향한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56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교보증권은 26만 원에서 90만 원으로 올렸다. SK증권은 세 자릿수인 100만 원을 제시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SK하이닉스 기업설명회(IR)를 통해 판매할 재고가 없을 정도라는 점이 확인됐다”며 “메모리 산업 내 증설 일정 등을 고려하면 2027년까지 구조적인 공급 제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적 측면에서도 SK하이닉스는 이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일부 좁힌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분기 영업이익으로 처음 삼성전자 전체 사업부 실적을 추월했다. 올해 3분기에는 영업이익 11조4,000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을 돌파했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 자산운용사 CSOP가 출시한 ‘SK하이닉스 데일리 2X 레버리지 ETF’는 지난달 상장 이후 순자산이 72억 원에서 3,7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제충 CSOP자산운용 상무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가운데 이례적인 성장세”라며 “SK하이닉스가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주목받으면서 한국 개인투자자는 물론 홍콩·중국·동남아시아 패밀리오피스, 고액 자산가, 헤지펀드 등 다양한 투자자의 관심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HBM 등 첨단 메모리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는 만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쉽게 내어주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삼성전자의 HBM4가 엔비디아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면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시가총액 기준으로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능력(CAPA) 중 약 30%가 우시·다롄 등 중국에 위치해 있는데, 현재도 기술력이 2세대가량 뒤처져 있을 뿐 아니라 미·중 갈등으로 추가 업그레이드가 어려운 점도 리스크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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