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경기 둔화 속에서도 업황 저점을 통과하며 완만한 회복세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입 규제 강화로 내수 경쟁 구도가 완화된 데다,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글로벌 투자 확대가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일본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관세와 수입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시장 내 공급 압력이 완화됐다. 그간 저가 수입재 유입으로 가격 방어에 어려움을 겪던 현대제철은 하반기부터 스프레드(판매가-원가) 개선 효과를 누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반등했고, 4분기에는 1,600억 원대 회복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제시된다.
이에 따라 내수 중심의 판매 구조가 다시 안정세를 찾고 있으며, 조선·건설 등 수요산업의 회복세가 이어질 경우 추가적인 실적 개선 여지도 남아 있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은 단순한 판재 중심에서 벗어나 자동차강판·고장력강·구조강재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 특히 전기차 전용 초고강도 강판, 모듈러 주택용 구조재 등 신시장 대응 제품의 수주가 확대되고 있다.
회사는 "철강 본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미래 산업용 소재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안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디지털 전환(DX)과 ESG 경영도 속도를 내고 있다. 모든 사업장에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을 도입하고, 저탄소 인증 철강재 생산 및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친환경 제조사'로서의 체질 개선도 병행 중이다.
현대제철이 참여하는 미국 전기로(EAF) 제철소 투자 프로젝트는 향후 글로벌 확장 전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약 58억 달러 규모의 대형 투자로, 북미 내 친환경 철강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전기로 중심의 공정 구조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완성차사의 ESG 요구에도 부합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의미가 크다.
현대제철의 부채비율은 최근 100% 초반대로 낮아졌으며, 차입금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2025년을 기점으로 실적 개선과 함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재평가될 가능성을 언급한다.
일부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수익성 저점을 통과했고, 내년 이후 안정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원료 가격 불안과 글로벌 경기 둔화, 통상 리스크는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철광석·석탄 가격이 변동할 경우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고, 조선·자동차 산업의 수요 둔화가 이어질 경우 고부가 제품 판매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현대제철은 수입 규제 효과, 제품 고도화, 글로벌 투자 확대라는 세 가지 축을 바탕으로 구조적 개선 단계에 진입했다. 급격한 턴어라운드보다는 완만하지만 확실한 회복 흐름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 산업이 과거의 가격 사이클 의존형 구조에서 점차 기술·친환경 중심으로 전환되는 시기"라며 "현대제철의 변화 속도는 국내 철강사 중 가장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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