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생태관광 즐길 때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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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더봄] 생태관광 즐길 때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경제신문 2025-11-07 10:00:00 신고

관광과 농촌의 전문가로 활동하는 바람에 함께 여행 가자는 사람들이 꽤 있다. 게다가 생태관광이라는 장르를 여기저기 소개하다 보니 요즈음 같은 나들이 철에는 어디가 좋냐는 질문이 많이 온다. 그러면 나는 우리나라는 어디든 좋으니 끌리는 곳으로 가라고 한다. 그리고 누구랑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이 생태관광을 제대로 하고 싶은데 몰라서 못 하겠다는 것이다. 생태관광을 하려면 꽃 이름, 나무 이름, 새 이름을 잘 알아야 하지 않냐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생태관광의 핵심이기도 하고 걸림돌로도 작용한다. 알면 알수록 더 즐길 수 있지만 뭘 알아야만 갈 수 있다면 관광으로서도 여행으로서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꽃 이름, 새 이름, 나무 이름을 꼭 외울 필요는 없다. 생태관광은 ‘시험공부’가 아니라, ‘자연과의 관계’를 맺는 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꽃 이름, 새 이름, 나무 이름을 꼭 외울 필요는 없다. 생태관광은 ‘시험공부’가 아니라, ‘자연과의 관계’를 맺는 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아니다. 몰라도 된다.

꽃 이름, 새 이름, 나무 이름을 꼭 외울 필요는 없다. 생태관광은 ‘시험공부’가 아니라, ‘자연과의 관계’를 맺는 일이다. 자연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태도의 문제이지 이름을 알고 모르는 학습의 문제가 아니다.

생태관광 몰라도 괜찮다

이름을 몰라도 감동할 수 있다. '풀꽃'이란 시를 지은 시인 나태주는 이렇게 말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그저 자세히 들여다보고, 오래 바라보고, 귀 기울이면 된다. 작은 풀잎의 떨림, 새의 지저귐, 나무의 흔들림을 관찰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그리고 나무나 꽃 이름을 모르면 스마트폰을 꺼내면 된다. 스마트폰으로 꽃 이름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네이버 렌즈, 구글 렌즈, PictureThis 등 이미지 검색 앱이나 포털의 꽃 검색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진을 찍거나 이미지를 올리면 AI가 자동으로 꽃의 이름을 분석해 결과를 제공한다. 네이버 앱이나 구글 앱에서 ‘렌즈’ 기능을 선택해 꽃 사진을 촬영하거나 갤러리에서 불러오면, 꽃이든, 동물이든 다 알려준다.

꽃을 촬영하고 구글 렌즈를 이용하면 해당 꽃에 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준다. 생태관광을 할 때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사진=김성주
꽃을 촬영하고 구글 렌즈를 이용하면 해당 꽃에 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준다. 생태관광을 할 때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사진=김성주

생태 해설을 하는 분들에게도 어플을 잘 활용하라고 말해준다. 내가 지나가는 숲의 모든 생물을 다 알 수 없으니 중요한 것만 몇 가지 선정해서 해설 자료를 준비하고 나머지는 그냥 지나가도 된다. 혹시 탐방객이 물어보면 같이 스마트폰으로 찾으면 더 반응이 좋다.

그것도 모르냐고 할 사람은 없다. 설령 희한한 질문을 하면 그것은 아는 척하고 싶어 하는 욕구의 분출이므로 반대로 그걸 설명해 줄 수 있냐고 하면 신이 나서 말한다.

하늘의 별도 별자리 어플만 있으면 쉽게 관측하고 별자리를 알 수가 있다. 스텔라리움 모바일(Stellarium mobile)이나 스타워크 2(StarWalk 2), 스카이 투나잇(Sky Tonight) 등의 어플을 열고 하늘에 대면 별자리와 별 이름, 신화와 같은 정보를 바로 알 수 있다. 심지어 방에 누워서도 내 위의 별자리를 알 수가 있으니 방에서 뒹굴고 노는 백수에게 딱 좋다.

새를 보러 다니는 탐조 여행에도 디지털 어플은 유용하다. 멀린 버드 아이디(Merlin Bird ID)라는 어플은 움직이는 새 도감이다. 탐조에 입문할 때 새 도감 책을 들고 다니면 유용한데 어플을 설치해 두면 번거로움이 하나 사라진다. 나라별 패키지가 있어서 외국에 가서도 쓸모 있다. 그래도 도감 책 하나는 있어야 한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멋진 컬러 도감 책이 책꽂이에 꽂혀 있으면 매우 있어 보인다.

새를 보러 다니는 탐조 여행에도 디지털 어플은 유용하다. 멀린 버드 아이디(Merlin Bird ID)라는 어플은 움직이는 새 도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새를 보러 다니는 탐조 여행에도 디지털 어플은 유용하다. 멀린 버드 아이디(Merlin Bird ID)라는 어플은 움직이는 새 도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생태에 입문하는 과정을 보면 대개 꽃에서 시작하여 나무로 가고, 그다음에 조류로 간다. 어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낚시를 좋아하는 경우이고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하여 마니아가 되면 파충류와 곤충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꽃을 좋아하면 역시 사진을 찍게 된다. 꽃에서 조류로 장르를 옮기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움직이는 새를 관찰하는 것이 다이나믹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어느 종이든 좋아하는 것은 상관없는데 이때 고민에 빠지는 것이 장비이다. 마음에 드는 카메라가 점점 비싸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취미 활동의 특징이 장비 빨이지 않은가. 사진을 찍고 다니려니 카메라가 성능이 좋을수록 비싸니 부담스러운데 비싼 렌즈를 떡하니 메고 오는 누구를 보면 마냥 부럽다.

그러나 굴하지 말자.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그리고 카메라는 빌리면 된다. 그래도 쌍안경 하나만큼은 있는 것이 좋다. 장비에 투자를 과하게 하지 않는 게 좋다.

생태관광을 즐길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태도이다. 자연을 ‘소비’하지 않고, 자연과 ‘상생’하려는 태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생태관광을 즐길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태도이다. 자연을 ‘소비’하지 않고, 자연과 ‘상생’하려는 태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생태관광을 즐길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태도이다. 자연을 ‘소비’하지 않고, 자연과 ‘상생’하려는 태도이다.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에도 생명을 대하듯 예를 갖추고, 풍경 너머에 깃든 이야기까지 듣고자 하는 느린 여행이다. 이름을 모르면 잡초이고 이름을 알면 야생화다. 귀농귀촌을 한 이가 마당에 잡초가 너무 많아 골치라고 하면, 나는 일단 그 잡초밭을 야생화 단지라고 우기고 그 잡초의 이름을 알아내고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무엇보다 생태관광은 생태계의 보전과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함께 추구하는 관광 방식이다. 지금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의 붕괴, 지역 소멸의 위기 속에서 생태관광은 단순한 소비가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대안이 된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식, 자연과 공존하는 지역 경제 모델, 그리고 여행을 통해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교육적 의미까지. 생태관광은 시대가 요구하는 지속 가능한 사람의 실험이다. 꽃만 바라봐도 지구를 살릴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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