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동시에 실현하는 프랑스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주류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에너지 공급 증가분 중 약 38%가 신재생에너지로부터 나왔다.
석유와 석탄 중심의 시대가 저물고, 태양광과 풍력이 전력시장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태양광은 단일 에너지원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전체 신규 발전설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풍력 역시 안정적인 확장을 지속하며 재생전력 비중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현재 전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의 발전단가가 대부분의 화석연료보다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기술 발전과 대규모 생산체계의 확립으로 인해 비용경쟁력이 극적으로 향상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목표로 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에는 여전히 큰 격차가 남아 있다.
▲ 신재생에너지는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라 ‘기본적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무리 친환경 발전소를 늘려도, 이미 대기 중에 축적된 탄소는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REN21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에 신규 설치된 재생설비 규모는 약 740GW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2030년까지 11TW 달성 목표를 위해선 지금보다 매년 40% 이상 빠른 속도로 확충되어야 한다.
특히 중국이 태양광 설비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선진국 중 일부는 제도적 제약과 보조금 축소, 송전망 한계 등으로 확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서도 리스크는 여전하다.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배터리 분야의 원자재와 제조를 특정 국가가 장악하면서 무역분쟁과 반덤핑 관세가 확대되고 있다.
기술은 싸지고 빠르게 진보하지만, 이를 전력시스템에 통합할 인프라와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력망의 수용능력 부족과 에너지 저장장치(ESS) 확충의 지연, 그리고 송배전망의 병목현상이 신재생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세계 흐름 속에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이미 화석연료보다 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정책 일관성과 제도 정비가 늦어지면 그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단순한 설비 확충을 넘어선 ‘전력망 혁신’이 핵심 과제로 부상한다. 풍력과 태양광의 간헐성을 감당하기 위한 계통안정성 확보, 저장시스템 확대, 재생에너지 전용 송전망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 2021년도 전세계 신재생에너지 지도
더불어 산업생태계 전반의 체질 개선도 요구된다. 단기 보조금이나 이벤트성 정책이 아니라, 중장기적 투자 구조와 금융 지원이 결합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글로벌 목표에 뒤처진 국가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오히려 제도개혁과 기술혁신을 선도한다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2.0 시대’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세계는 이미 탈탄소 전환의 궤도에 올라섰고,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환경운동의 구호가 아니라 산업경쟁력의 척도가 되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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