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와 러시아 동쪽, 녹아내리는 북극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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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와 러시아 동쪽, 녹아내리는 북극의 경고

월간기후변화 2025-11-07 09:28:00 신고

▲ 알래스카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지구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온도가 상승했고, 북극배율 증폭(Arctic Amplification)이라 불리는 현상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알래스카와 러시아 동쪽, 북극권의 경계선이 녹아내리고 있다. 영구동토가 해빙되며 땅은 주저앉고, 바다는 마을을 삼키고, 얼음으로 지탱되던 생태계는 균형을 잃고 있다.

 

알래스카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지구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온도가 상승했고, 북극배율 증폭(Arctic Amplification)이라 불리는 현상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알래스카의 평균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2~3도 높아졌으며, 이 변화는 바다 얼음의 감소와 해안 침식, 그리고 영구동토층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북극해 해빙이 늦게 얼고 일찍 녹으면서 해안선은 바람과 파도에 노출되고, 해안 마을은 더 이상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원주민 공동체인 뉴톡(Newtok)은 결국 마을 전체가 침식에 밀려 새로운 정착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바다의 파도보다 더 빠르게 무너지는 것은 인간의 삶의 터전이었다.

 

러시아 극동과 시베리아 북부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여름 폭염과 대형 산불이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녹아내리는 동토 위에서 송유관과 도로, 철도 등 인프라가 기울고 있다.

 

영구동토에는 약 1조5천억 톤 이상의 탄소가 저장돼 있는데, 그것이 녹아 방출되면 지구 온난화는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게 된다. 시베리아의 도시 노릴스크에서는 이미 땅 꺼짐으로 대형 산업시설이 파손되었고, 야쿠츠크 주변에서는 여름 내내 화재가 이어지며 산림과 툰드라가 타들어 갔다.

 

이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지구의 숨통이 끊겨가는 신호다. 탄소피드백 루프(carbon feedback loop)라 불리는 이 과정은 “지구가 스스로를 더 덥히는 단계”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 영구동토에는 약 1조5천억 톤 이상의 탄소가 저장돼 있는데, 그것이 녹아 방출되면 지구 온난화는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게 된다.    

 

두 지역 모두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땅이 녹고, 바다가 밀려들고, 얼음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차이도 있다.

 

알래스카는 사람과 마을이 직접 피해를 입는 ‘사회적 재난’의 형태로, 러시아는 산업 기반과 생태계가 무너지는 ‘구조적 재난’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알래스카에서는 원주민의 삶이 흔들리고, 러시아에서는 에너지산업의 근간이 위협받는다.

 

북극의 변화는 단지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기후체계의 변화를 상징한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태양광 반사율이 줄고, 더 많은 열이 흡수되며, 다시 온난화가 가속되는 순환이 일어난다.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지정학적 경쟁도 격화되고, 자원개발과 군사적 긴장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기후위기가 외교‧경제‧안보 문제로 번지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도 이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북극 해빙의 감소는 북태평양 해류와 제트기류에 영향을 주어 한반도의 이상기온과 폭우, 태풍 경로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북극의 붕괴는 곧 한반도의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러시아 동부의 생태 변화는 수산자원 분포에도 변화를 일으켜, 동해와 베링해 일대의 어업환경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 결국 북극의 위기는 먼 북쪽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식탁과 경제, 그리고 삶의 문제다.

▲ 알래스카는 사람과 마을이 직접 피해를 입는 ‘사회적 재난’의 형태로, 러시아는 산업 기반과 생태계가 무너지는 ‘구조적 재난’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 북극의 경고는 분명하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재난이다. 알래스카의 땅이 꺼지고, 러시아의 산불이 타오르는 동안 인류는 여전히 석유와 가스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동토 속에 묻힌 탄소가 깨어나고, 얼음이 물로 변하며, 인간이 만든 산업체계가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 “북극이 녹으면 인류가 운다”는 경고는 과장이 아니다. 이제는 피드백 루프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지구의 마지막 냉장고가 문을 닫기 전에, 인류는 다시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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