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평균 강수량은 100mm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기후 불안정으로 인해 장마철에는 짧고 강한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며 홍수 피해를 낳고 있다.
아라비아반도 남동부의 오만은 뜨거운 태양과 메마른 사막, 그리고 아라비아해의 짠 바람이 공존하는 나라다.
그러나 이 전통적 풍경 뒤에는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오만의 평균기온은 10년마다 0.4도씩 상승했고, 바다는 더 뜨거워지며 해안의 맹그로브 숲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오만은 아라비아만과 인도양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이자,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나라가 되었다. 연평균 강수량은 100mm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기후 불안정으로 인해 장마철에는 짧고 강한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며 홍수 피해를 낳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 건조와 폭우’의 반복이 오만의 생태와 사회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2. 물, 가장 귀한 자원이자 가장 큰 위기
오만에서 물은 생존의 문제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오만은 ‘심각한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된다.
과거엔 우물과 지하수를 통해 생활용수를 확보했지만, 강우 감소와 지하수 염도 상승이 심화되면서 담수화 플랜트 의존도가 급증하고 있다. 바닷물을 정화해 식수로 쓰는 담수화 시설은 수도 무스카트의 생명선이 되었으나, 전력과 자금이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 지하수층에 염수를 침투시켜 농업용수 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토양이 염화되어 작물 생산이 급격히 줄었다. 오만 정부는 물 관리 개선과 해수침입 방지를 위한 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기후 변화 속도에 비해 대응 체계는 여전히 더디다.
예측할 수 없는 폭우, 익숙하지 않은 재난
오만의 기후재해 패턴은 과거와 다르다. 몇 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열대성 폭풍과 사이클론이 아라비아해에서 형성돼 오만 해안으로 몰려오고 있다.
2024년 북부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20명 이상이 사망했고, 도로와 주택 수천 채가 침수됐다. 전통적으로 건조지형에 맞춰 설계된 도시 인프라는 집중호우에 취약하다. 배수시설 부족, 산악지대의 급류, 사막지대의 토사 유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피해를 키운다.
기후학자들은 “오만이 더 이상 가뭄만 걱정하던 사막국가가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강수량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내릴 때마다 ‘기록적인 폭우’로 변해가는 추세는 아라비아반도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에너지 의존 구조와 새로운 전환의 과제
기후변화는 경제 구조에도 균열을 만든다. 오만은 여전히 석유·가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를 가지고 있으나, 내수 전력 소비의 상당 부분이 냉방 수요로 치솟고 있다. 여름철에는 전력피크가 폭증해 송전망 안정성에 부담을 주고, 전력요금 보조금 문제도 국가 재정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이유로 오만 정부는 ‘비전 2040’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선언했다. 태양광·풍력 프로젝트가 사막지대 곳곳에 들어서고 있으며,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과 그린수소 수출 협약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탄소중립과 경제다변화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석유 수입이 줄어들면 재정 여력이 감소하고, 그 여파는 복지·인프라 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후 대응이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경제 생존 전략’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바다의 경고, 사막의 변화
해안선 3,000km를 따라 이어지는 오만의 바다는 이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어종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맹그로브와 해초지의 면적이 줄고 있다.
염수 침투와 해안침식으로 농경지와 마을이 위협받는가 하면, 해양 관광지로 유명한 살랄라 지역의 산호초도 색을 잃어가고 있다.
내륙에서는 사막화가 가속화되어 초목이 줄고, 먼지폭풍 빈도도 증가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오만을 포함한 걸프국가들이 “해수면 상승과 고온화의 복합 위험지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오만의 문제는 지역의 문제를 넘어 전 지구적 경고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오만은 ‘사막의 지혜’를 바탕으로 대응을 시도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이 모래 위에 세워지고, 빗물 저장을 위한 전통 수로 ‘팔라즈(Falaj)’가 복원되며, 주민들은 도시와 사막을 잇는 기후 회복형 생활 모델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의 속도는 인간의 적응 능력을 앞지르고 있다. 오만의 하늘 아래, 뜨거워진 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불고 있다.
Copyright ⓒ 월간기후변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