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도 마닐라 인근 타기그시의 밤이 K-드라마 선율로 물들었다. 지난 10월 25일 SM 아우라 삼성홀에서 열린 ‘K-드라마 OST 콘서트(OST Symphony II: K-Drama in Concert)’는 현지 팬들의 폭발적 호응 속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한류의 뜨거운 현주소를 입증했다. 주필리핀한국문화원이 필리핀 문화예술위원회, 필리핀문화전당과 손잡고 마련한 이번 무대는 2025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하는 공식 문화행사로, 총 2회 공연이 예매 시작 5분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공연의 무대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구성됐다. ‘도깨비’, ‘사랑의 불시착’, ‘눈물의 여왕’ 등 세계적인 K-드라마의 명장면을 수놓은 OST가 필리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재해석되며 현장을 가득 채웠다. 한국의 홍이삭과 예그니(YEGNY), 필리핀의 카일린 알칸타라(Kyline Alcantara)와 엔젤 가디언(Angel Guardian)이 함께 부른 합동 무대는 양국의 정서를 한데 엮은 ‘음악 외교’의 장이 됐다.
특히 현지 드라마 ‘상그레(Sang’gre)’의 OST ‘새로운 운명(Bagong Tadhana)’이 연주되며 큰 환호가 터졌다. K-드라마의 감성과 필리핀 콘텐츠의 정서를 연결한 이 곡은 국경을 넘어선 공감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한 관객은 “익숙한 드라마 음악이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들리니 전율이 느껴졌다”며 감동을 전했다.
콘서트의 의미는 단순한 무대를 넘어섰다. 주최 측은 공연에 앞서 10월 23일 ‘K-드라마 OST 및 쇼 프로덕션 워크숍’을 열고 현지 방송·음악 전공자들에게 한국 콘텐츠 산업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이종명 음악감독과 KBS ‘불후의 명곡’ 권재영 연출감독이 직접 강연에 나서 OST 제작 과정과 음악 예능 기획의 핵심을 공유했다. 참여한 학생들은 “한국 콘텐츠의 기획력이 이렇게 체계적인 줄 몰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마닐라무역관, 모스트콘텐츠, GMA 네트워크, Viu 필리핀 등 여러 기관이 협력해 완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K-콘텐츠가 단순 소비를 넘어 현지 산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공유형 문화 프로젝트’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공연장 밖에는 K-드라마 관련 팝업 부스와 포토존이 설치되어 관객들이 드라마 속 장면을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현지 SNS에서는 ‘#KDramaInConcert’와 ‘#KoreanWavePH’ 해시태그가 실시간 트렌드 상위권에 오르며 열기를 더했다.
김명진 주필리핀한국문화원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양국의 문화 교류가 실질적인 산업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자리”라며 “OST, 팝업, 워크숍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형 한류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OST 심포니’는 음악이라는 언어로 국경을 허문 한류의 새로운 장을 보여준 무대였다. K-드라마가 전한 감정의 파동은 이제 영상에서 벗어나,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현지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통해 또 다른 문화의 언어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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