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이후 친구, 몇 명이나 필요할까? (관계의 양과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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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이후 친구, 몇 명이나 필요할까? (관계의 양과 질)

나만아는상담소 2025-11-07 08:42:00 신고

30대 이후 친구 몇명이나 필요할까?

스무 살 무렵의 휴대폰 사진첩을 열어보면, 우리는 온갖 모임과 술자리 속에서 왁자지껄하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생일 파티는 한 주 내내 이어졌고, 주말마다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렸으며, 새벽까지 울려대는 카카오톡 단톡방은 나의 인맥을 증명하는 훈장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때 우리에게 친구는 ‘양(Quantity)’이었고, 나의 세상은 그들의 수만큼 넓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서른을 넘어서며,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야근과 주말 출근이 일상이 되고, 하나둘 결혼 소식이 들려오며, 누군가는 부모가 되어 육아라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진입합니다.

수십 개에 달했던 단톡방은 알림조차 울리지 않고, 1년에 한두 번, 경조사(경조사) 봉투를 주고받는 것으로 생사를 확인하는 사이가 수두룩해집니다.

문득 주소록을 스크롤하다가 ‘내가 지금 당장 힘들다고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남았지?’라는 질문 앞에 멈칫하게 됩니다.

20대의 그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30대 이후, 나에게 남은 ‘진짜 친구’는 고작 서너 명. 이것은 과연 내가 관계를 잘못 맺어온 탓일까요, 아니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어른이 되는 과정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이 불안감 속에서 ‘진짜 친구’라는 존재를 어떻게 다시 정의해야 할까요?

숫자의 함정: 20대의 기준으로 30대를 재단하다

우리가 30대에 들어서며 느끼는 ‘관계의 빈곤감’은, 사실 관계가 빈곤해진 것이 아니라 관계를 측정하는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20대의 기준으로 30대의 인맥을 재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20대의 우정은 ‘근접성’과 ‘공유된 시간’을 기반으로 합니다. 같은 캠퍼스에서 매일 마주치고, 같은 동아리에서 밤을 새우며, 비슷한 처지에서 함께 취업 준비를 하던 그 시절. 우정은 물리적 거리와 시간의 공유량에 비례했습니다.

하지만 30대는 ‘삶의 경로가 분기되는 시기’입니다.

  • - 직업적 분기: 누군가는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과장’ 승진을 앞두고, 누군가는 자신의 사업체를 일구느라 밤낮이 없고, 누군가는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일합니다. 서로가 처한 직업적 현실이 달라지면서, 공감대의 폭이 좁아집니다.
  • - 삶의 단계 분기 (가장 큰 분기점): 기혼자와 미혼자, 아이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삶은 완전히 다른 시간대에 놓이게 됩니다. 육아에 전념하는 친구에게 금요일 밤 8시의 ‘치맥’은 사치일 수 있고, 반대로 싱글인 친구에게 평일 오전 11시의 ‘브런치’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서로가 게을러지거나 이기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삶의 물리적인 시공간이 겹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 - 자원의 한계: 30대에게 가장 희소한 자원은 ‘시간’과 ‘감정적 에너지’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의미 없는 모임에 2시간을 투자하거나, 나를 지치게 하는 사람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줄 여유가 없습니다. 모든 만남은 ‘의도적인 선택’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20대의 친구들 중 상당수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삶의 재편’입니다.

심리학이 말하는 ‘가지치기’의 지혜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로라 카스텐슨(Laura Carstensen)은 ‘사회정서적 선택 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설명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의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인식에 따라 사회적 동기가 변화합니다.

시간이 무한하게 느껴지는 젊은 시절에는 새로운 정보와 경험을 얻기 위해 인맥을 ‘확장’하는 데 주력합니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어 자신의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면서(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주말까지 남은 시간, 아이가 깨기 전까지의 시간 등), 우리의 동기는 긍정적인 정서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바뀝니다.

즉, 우리는 더 이상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일으키거나 피상적인 관계에 에너지를 쏟는 대신, 나에게 진정한 위안과 기쁨을 주는 소수의 핵심적인 관계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관계의 ‘가지치기’이며, 쇠퇴가 아닌 ‘정서적 성숙’의 증거입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나를 병들게 하는 관계를 잘라내고, 나를 건강하게 하는 관계에만 영양분을 공급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경조사’라는 이름의 잔인한 옥석 가리기

30대 이후의 관계 재편 과정에서 유독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필터가 바로 경조사 입니다. 결혼식 청첩장과 부고 문자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평가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때로는 잔인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됩니다.

  • - “몇 년 만에 연락 와서 청첩장만 휙 보냈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 - “내가 힘들 때 와주지도 않았는데, 굳이 내가 가야 할까?”
  • - “그 친구는 바쁜 와중에도 내 결혼식에 와서 진심으로 축하해 줬지.”

우리는 이 경조사라는 사회적 의례를 통해, 그동안 잊고 지냈던 관계의 무게를 강제로 측정하게 됩니다. 봉투의 두께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성의’와 ‘기억’의 여부를 확인하며 옥석을 가리게 됩니다.

이 과정은 때로 비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누가 나의 울타리 안에 있고 누가 밖에 있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확인시켜주는 사회적 장치로 작동합니다.

30대 이후, ‘진짜 친구’의 새로운 정의

그렇다면 이 모든 가지치기를 거쳐 남은 ‘진짜 친구’는 몇 명이어야 할까요?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인간의 뇌가 인지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약 150명(던바의 수)이며, 그중 ‘정말 친한 친구’는 약 15명, ‘마음을 터놓는 핵심 친구’는 약 5명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30대 이후, 친구의 숫자에 대한 불안은 내려놓아도 좋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좋습니다. 숫자는 무의미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관계의 ‘질(Quality)’이며, 30대가 정의하는 ‘질 좋은 관계’는 20대와는 다릅니다.

1. 낮은 유지 비용 (Low Maintenance) 30대의 진짜 친구는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6개월 만에 만나도 마치 어제 본 것처럼 편안하고, 그동안 연락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관계입니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기에, 침묵의 시간을 ‘관계의 단절’이 아닌 ‘서로에 대한 신뢰’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2. 가치관의 일치 (Shared Values) 20대가 ‘취향(예: 음악, 영화, 술)’을 공유했다면, 30대는 ‘가치관(예: 일, 돈, 가족, 정치, 삶의 태도)’을 공유합니다. 자주 만나서 노는 것보다, 가끔 만나더라도 삶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가 통하는 것이 더 소중해집니다.

3. 진심 어린 축하 (Genuine Joy) 경쟁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나의 성공이나 기쁜 소식을 시기하거나 평가절하하지 않고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은 드뭅니다. 내가 잘되는 것을 보며 “네가 잘돼서 정말 좋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의 진짜 친구입니다.

4. 일관된 지지와 상호성 (Consistent Support & Reciprocity) 내가 힘들고 바닥을 칠 때, 말없이 곁에 있어 주거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던 사람. 그리고 나 역시 그가 힘들 때 기꺼이 내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 일방적으로 한쪽만 에너지를 쏟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심리적 안전 기지’가 되어주는 상호적인 관계입니다.

나만의 정원을 가꾸는 시간

30대의 친구 관계를 20대와 비교하며 불안해하는 것은, 가을의 풍요로움을 봄의 화사함과 비교하며 슬퍼하는 것과 같습니다.

20대가 수많은 씨앗을 뿌리고 닥치는 대로 꽃을 피워보는 ‘확장’의 계절이었다면, 30대는 그중에서 내 토양에 맞는 건강한 나무 몇 그루만을 골라 깊이 뿌리내리도록 정성껏 가꾸는 집중과 성숙의 계절입니다.

당신의 카카오톡 목록이 조용해졌다면, 그것은 당신이 사회적으로 실패했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이 자신에게 무엇이 진정으로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는, 그리고 그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현명한 ‘가지치기’를 시작했다는 성숙의 증거일 수 있습니다.

친구의 숫자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지금 내 곁에 남아있는 그 소수의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 무엇보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나’ 자신과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30대라는 새로운 계절을 맞이한 우리가 관계의 불안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풍요로워지는 길입니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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