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이재성이 생애 첫 유럽대항전에서 1골 1도움으로 팀을 승리로 이끈 소감을 전했다.
7일(한국시간) 독일 마인츠의 메바 아레나에서 2025-2026 유럽축구연맹 컨퍼런스리그 리그 페이즈 3차전을 치른 마인츠가 피오렌티나에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마인츠는 컨퍼런스리그 3연승으로 리그 3위까지 올라섰고, 피오렌티나는 첫 패배를 당하며 8위까지 내려갔다.
마인츠가 어려운 경기에도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경기 전 스테파노 피올리 감독을 경질하고 다니엘레 갈로파 감독 대행 체제로 나선 피오렌티나는 전반 16분 마인츠의 대니 다코스타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을 한스 니콜루시 카빌리아가 끊어냈고, 로베르토 피콜리가 옆으로 내준 공을 사이먼 솜이 통렬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앞서나갔다.
이재성은 후반 교체투입돼 마인츠의 영웅이 됐다. 후반 15분 아르민도 지프를 대신해 경기장에 들어선 이재성은 8분 뒤 동점골을 도왔다. 강한 압박으로 공을 끊어낸 베네딕트 홀러바흐가 내준 공을 받아 넬슨 바이퍼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전진했고, 피오렌티나 수비진을 무력화하는 스루패스를 공급해 홀러바흐의 득점에 기여했다. 홀러바흐는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안에서 골키퍼를 속이는 깔끔한 마무리를 선보였다.
이재성은 후반 추가시간 마인츠에 극적인 승리를 선사했다. 후반 추가시간 5분 사노 카이슈가 왼쪽에서 수비를 벗겨낸 뒤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고, 페널티박스에서 수비 방해를 벗어나있던 이재성이 정확한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180cm로 제공권에 극적인 장점이 없는 선수임에도 뛰어난 축구지능과 공간 이해도로 헤더골을 종종 기록해왔는데, 이번에도 결정적인 순간 머리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이재성의 활약에 마인츠는 광란에 빠졌다. 당연하게도 이재성에 대한 게시글을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마인츠 본 계정은 이재성의 득점이 나오자 대단히 흥분한 듯한 게시글을 게재했다. 마인츠 영어 계정은 이재성에 대해 “우리의 영웅”이라며 “교체로 들어와 동점골을 돕고 결승골을 넣었다. 이재성에게는 너무도 쉬운 일”이라며 이재성의 활약에 극찬을 보냈다.
이재성에게 올 시즌 컨퍼런스리그는 각별하다. 2018년 여름 당시 독일 2부에 있던 홀슈타인킬로 이적하며 유럽 도전에 나선 이재성은 언제나 유럽대항전 진출을 꿈꿔왔다. 지난 시즌 마인츠가 돌풍을 일으킨 끝에 리그 6위로 컨퍼런스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이재성에게 유럽대항전 문이 열렸다. 마인츠는 플레이오프에서 로젠보르그에 1차전 1-2 패배에도 2차전 4-1 대승으로 컨퍼런스리그 본선에 올랐는데, 이재성은 2차전에서 합산 스코어 3-3을 만드는 소중한 득점으로 직접 유럽대항전 티켓을 따냈다.
마인츠는 33세에 접어든 이재성의 체력 관리를 위해 컨퍼런스리그에서는 이재성을 아껴왔다. 오모니아와 리그 페이즈 1차전에서는 이재성이 부상 중이었고, 즈린스키모스타르와 리그 페이즈 2차전에서는 후반 45분에야 교체로 나왔다. 이번 경기에서는 위기가 찾아오자 다소 이른 시간에 이재성을 투입시켰고, 이재성은 1골 1도움으로 마인츠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이재성은 경기 후 “최근 홈에서 승리가 없어 승리가 필요했다. 후반 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로 들어가게 됐는데 찬스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동점골을 어시스트하고 결승골까지 넣어서 기쁘다. 오늘 승리가 앞으로 마인츠가 리그와 컨퍼런스리그를 치르는데 큰 도움이 될 중요한 승리라 생각한다”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생애 첫 유럽대항전에 대한 솔직한 심경도 전했다. 이재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유럽대항전을 뛸 수 있을까 생각을 솔직히 했다. 유럽대항전을 꿈꾸며 독일에 왔지만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지난 시즌 너무 감사하게도 좋은 성적을 거둬서 올해 유럽대항전에 출전하게 됐다”라며 “현재 컨퍼런스리그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교체로 나오고 있는데 오늘 골과 어시스트를 동시에 할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 뜻깊은 날이다. 기분이 좋고 요즘 마인츠가 승리가 없어서 팬들이 많이 답답했을텐데 그런 기쁨을 전해서 좋다”라며 무엇보다 의미있었을 경기를 돌아봤다.
이재성은 경기 후 선수단을 대표해 팬들과 승리를 즐겼다. 이재성은 “모든 선수와 스태프, 팬들이 좋아해주고 기뻐해줘서 감사하다. 이 승리가 우리에게 큰 힘이 될거라 생각한다.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번 승리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자신감을 갖고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아인트라흐트프랑크푸르트 원정경기를 잘 준비하겠다”라며 또 다른 승리를 예고했다.
이재성의 말대로 마인츠는 리그에서 1승 2무 6패로 강등권인 17위까지 떨어져 상황이 좋지 않다. 컨퍼런스리그에서는 2연승이었지만 약체를 상대로 1-0 신승을 연달아 거뒀을 뿐이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 팀을 상대로 쟁취한 이번 승리야말로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한편 이재성은 11월 A매치에도 변함없이 대표팀에 선발돼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장을 누빌 예정이다. 관련해서는 “마인츠가 계속 유럽대항전 나가고 있어서 주중에 경기도 많고 그렇다. (황)인범이 소식도 오전에 들었다. 모든 선수들이 어려운 일정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상과의 싸움인데 모든 선수들이 부상없이 잘 월드컵을 준비했으면 좋겠다”라며 “팀에서도 출전 시간을 잘 조절해주고 있어서 큰 문제 없이 컨디션 조절을 잘하고 있다. 모든 경기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준비하고 있다”라며 자신의 몸 상태에는 이상이 없음을 밝혔다.
지난 10월 브라질과 경기를 통해 A매치 100경기를 달성한 이재성은 다가오는 볼리비아전에 센추리 클럽 가입 기념식을 갖는다. 이재성은 “올해 마지막 평가전을 치르는데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 생각한다. 대전에서 A매치 데뷔를 했는데 센추리 클럽 기념을 대전에서 할 수 있어 뜻깊다. 내 행사보다는 팀의 경기가 더 중요하다.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것에 큰 감사를 느낀다.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선수로서, 한 사람으로서 모범이 될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며 감사를 전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인츠 X,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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