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특종세상’을 통해 배우 김희라의 근황이 전해졌다. ‘대장금’, ‘이산’, ‘허준’ 등 1800여 편의 작품에서 감초 역할로 사랑받았던 그는 지금 한국이 아닌 베트남 하노이에서 살아가고 있다. 화면 속 김희라는 이국적인 햇살 아래 현지 가이드 복장을 하고, 관광객을 맞이하며 미소를 지었다. 배우 김희라의 또 다른 무대가 열린 것이다.
그는 41년 차 배우였다. 드라마 속에서 늘 사람 냄새 나는 조연으로 존재했지만, 현실에서는 병과 외로움이 그를 찾아왔다. 2020년, 김희라는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샤워하다 오른쪽 가슴에서 멍울이 잡혀 병원에 갔더니 유방암 말기였다”고 회상했다. 18차례의 항암치료, 33번의 방사선 치료를 견디며 그는 삶의 의미를 다시 새겼다.
“항암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배우 일을 더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김희라는 그렇게 베트남행을 택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자신을 되돌리기 위한 긴 여정이었다. 현재 그는 하노이에서 관광 가이드로 일하며, 한국 관광객들에게 현지 문화를 소개한다. 배우 시절의 섬세한 표현력은 이번에는 설명과 미소 속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얼굴이 흔해졌어요. 다양한 역할을 못 보여주고, 어느 순간 설 자리가 사라졌죠.” 인터뷰 속 그의 말은 담담했지만 묵직했다. 40년 넘게 이어온 연기 인생의 무게, 그리고 다시 ‘김희라’라는 인간으로 돌아온 과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는 병을 통해, 그리고 낯선 땅에서 자신을 다시 마주했다고 했다. “죽음이 무섭지 않다”는 말 대신, “하루하루 잘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내비쳤다. 하노이의 좁은 골목길에서 그는 한국말로 관광객에게 설명을 건네며, 그 속에서 배우의 본능처럼 빛나는 눈빛을 잃지 않았다.
투병과 재기의 서사가 자극적인 예능 포맷으로 그려졌지만, 김희라는 그것조차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저 내가 지나온 이야기일 뿐”이라며 웃은 그의 얼굴에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깊고 단단한 생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연기 무대는 사라졌지만, 김희라의 삶은 여전히 ‘명품 감초’처럼 진하고 여운이 길다. 그의 하노이 일상은 어쩌면 새로운 연기의 한 장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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