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절벽에서만 보였는데..." 6년 노력 끝에 다시 등장해 난리 난 '멸종위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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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절벽에서만 보였는데..." 6년 노력 끝에 다시 등장해 난리 난 '멸종위기종'

위키푸디 2025-11-06 20:54: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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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절벽 위에서 대청부채가 꽃을 곧게 피우고 있다. / 위키푸디
서해 절벽 위에서 대청부채가 꽃을 곧게 피우고 있다. / 위키푸디

서해의 바람이 스치는 절벽 위에 보랏빛 한 송이 꽃이 고개를 들었다. 오후 3시가 되면 꽃잎을 열고, 밤이 되면 조용히 닫는다. 규칙적으로 피었다 지는 이 식물은 꽃시계라 불리는 '대청부채'다.

한때 서해 섬 절벽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 꽃이 다시 복원되며 생태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21일 “태안해안국립공원 내 무인도에 대청부채 100개체를 이식했다”라고 밝혔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2019년에도 인공증식으로 확보한 개체를 같은 장소에 심었으며, 이번 이식은 6년간의 재배 실험과 생육 평가를 거쳐 진행됐다. 

하루 한 번만 피는 시간의 꽃, '대청부채'

꽃잎이 핀 대청부채가 햇살 아래 피어 있다. / 국립공원공단
꽃잎이 핀 대청부채가 햇살 아래 피어 있다. / 국립공원공단

붓꽃과 여러해살이풀인 대청부채는 1983년 인천 대청도에서 처음 발견됐다. 잎이 밑동에서 감싸 올라가며 부채처럼 퍼지는 모습이 특징인데, 이런 모습 때문에 ‘대청부채’라는 이름이 붙었다. 줄기는 50~90cm 정도 자라며, 가지 끝마다 보랏빛 꽃을 단다.

이 꽃의 가장 큰 특징은 일정한 개화 시간이다. 오후 3시 정각이 되면 꽃잎이 부드럽게 퍼지고, 밤 10시가 되면 스스로 닫힌다. 이런 규칙적인 리듬 때문에 예로부터 사람들은 대청부채를 ‘시간을 알려주는 꽃’이라 불렀다.

식물학자들은 이 현상을 단순한 생리적 반응이 아니라, 수분 곤충이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시간대에 맞춰 개화하는 생존 전략으로 해석한다. 즉, 오후의 따뜻한 햇살 속에서 곤충의 활동성이 높을 때 꽃을 열어 효율적으로 번식하는 것이다. 자연의 주기에 맞춘 대청부채의 리듬은 해안 생태계의 섬세한 균형을 보여준다.

중국에서 건너와 서해 절벽에 뿌리내리다

바위틈 사이로 자란 대청부채가 꽃을 피우고 있다. / 국립수목원 공식 홈페이지
바위틈 사이로 자란 대청부채가 꽃을 피우고 있다. / 국립수목원 공식 홈페이지

대청부채는 아이리스 디코토마(Iris dichotoma)라는 학명으로도 불린다. 중국 동북부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알려졌으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1920년대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이 평안북도 벽 동군에서 채집한 표본 기록을 근거로, 대청부채가 중국에서 서해 도서 지역으로 전해졌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대청부채는 중국, 러시아, 몽골, 북한 등지에서도 서식한다. 국내에서는 대청도, 백령도, 태안해안국립공원 절벽 등 일부 지역에서만 확인된다. 이 지역은 바람이 강하고 배수가 좋은 해안 지형으로, 대청부채가 자라기 알맞은 조건을 갖췄다.

대청도에는 오래된 전설과 함께 대청부채 이야기도 전해진다. 섬의 절벽에는 ‘궁터’라 불리는 옛터가 있는데, 예로부터 원나라 황태자가 잠시 머물렀다는 설이 있다. 이 절벽 주변에 자생하던 대청부채가 오랜 세월을 견디며 남아 있었다고 알려지며, 사람들은 그곳을 ‘꽃이 사는 절벽’이라 불렀다.

처음 발견됐을 당시에는 잡종으로 오인돼 ‘얼이 범부채’라 불렸으나, 서해 섬에서만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고 형태적 특징이 독립적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대청부채’로 정식 명명됐다. 이름에는 대청도의 지명과 부채 모양의 잎이 함께 담겨 있다.

멸종 위기에서 복원으로 돌아온 꽃

꽃잎이 곱게 펼쳐진 대청부채가 봉오리와 함께 피어나고 있다. / 국립수목원
꽃잎이 곱게 펼쳐진 대청부채가 봉오리와 함께 피어나고 있다. / 국립수목원

이러한 대청부채는 한때 관상용 채집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가축 방목과 해안 개발이 겹치면서 자생지가 사라졌고, 결국 2005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었으며, 환경부 국가 적색목록에서는 ‘위기(EN)’ 단계로 분류되었다.

대청부채는 자연 상태에서 씨앗이 발아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생육 환경이 까다로워 복원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공단은 6년 동안 인공 재배와 생육 실험을 반복하며 대청부채의 생존력을 관찰했다. 그 결과, 자연환경에서도 자생할 수 있는 개체 확보에 성공했다. 

이번에 이식된 태안해안국립공원 무인도는 외부 간섭이 적고, 해풍이 강하지만 배수가 잘되는 지형으로 대청부채가 자라기 알맞은 환경을 갖췄다. 이에 국립공원공단은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번식률과 생존율을 조사하고, 안정적인 군락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생태계의 균형을 지탱하는 조용한 조력자

바닷가 절벽 위에서 대청부채가 꽃을 곧게 피우고 있다. / 국립공원공단
바닷가 절벽 위에서 대청부채가 꽃을 곧게 피우고 있다. / 국립공원공단

이번 이식은 단순히 개체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청부채는 절벽이나 모래층에서도 뿌리를 단단히 내리는 특성 덕분에 해안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해안의 토양 침식을 막고 식생 구조를 안정시키는 자연 방패 역할을 한다.

대청부채의 개화기는 여름철로, 다른 해안 식물들의 번식기와 겹친다. 이 시기 곤충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주변 식물의 수분도 함께 늘어나 자연스러운 생태적 연결고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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