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24년 박물관 운영 평가…절도 사건 맞물려 루브르 '난감'
감사원 "작품 구입 축소하고 보안시설 등 인프라 현대화해야"
마크롱의 루브르 르네상스 계획에도 "사전 연구 없이 추진" 비판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보안 강화보다 작품 구입을 더 우선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다.
프랑스 감사원은 2018∼2024년 박물관 운영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고 일간 르몽드, 르피가로가 전했다.
이 감사 보고서는 지난달 19일 보석 절도사건 이전에 작성돼 이 사건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박물관 측이 보안을 소홀히 했다는 점은 여지없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감사원은 우선 박물관의 유지 보수나 현대화 작업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2004년 마련한 화재 대응 기본계획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완료되지 않았다.
전시실 내 감시 카메라도 설치 중이긴 하지만 속도가 느리다. 2024년 기준 '모나리자'가 전시돼 방문객이 가장 많은 드농관은 64%에만 카메라가 설치됐다. 5년 전 51%보다는 그나마 증가했다. 리슐리외관 상황은 더 안 좋아 전체 전시실 4분의 1에만 카메라가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박물관이 예산을 다른 데 투자하는 탓이라고 꼬집었다.
박물관은 감사 대상 기간 자체 재원으로 작품 구입에 1억500만 유로(약 1천500억원) 이상, 전시 공간 리모델링에 6천350만 유로(920억원)를 투입했다.
같은 기간 박물관이 유지 보수, 안전 기준 충족을 위한 공사에 투입한 비용은 2천670만 유로(380억원), 역사적 기념물인 궁전 복원 공사엔 5천950만 유로(862억원)에 그친다.
박물관은 정부 자금 지원이 부족해 유지 보수, 안전 확보 작업이 더디다고 항변했다.
감사원은 그러나 "박물관은 자체 자원이 풍부하다"며 "국가의 추가 자금 지원을 기다리지 말고 긴급한 공사를 위해 이 자원을 우선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올해 1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모나리자 앞에서 발표한 박물관 보수·현대화 계획, 이른바 '루브르, 새 르네상스' 프로젝트에도 냉정하게 평가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넘치는 방문객을 감당하기 위해 박물관 동쪽에 새로운 대형 출입구를 만들고, 모나리자는 전용 공간에 별도 전시하겠다고 발표했다. 2031년까지 약 4억 유로(6천억원)를 들여 개보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그림이다.
감사원은 그러나 "이 야심 찬 사업은 사전 연구 없이 추진됐다"며 "기술적·건축적 타당성 조사, 재정 평가, 관람객 흐름 영향 분석, 운영 비용 평가 등 모든 측면에서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예산상 난관에 직면한 박물관은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투자, 특히 안전·보안 시설을 포함한 기술 인프라 현대화와 궁전 복원을 우선순위로 삼아 사업 계획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박물관이 작품 구입 정책을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과도하게 많은 작품을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구입한다는 지적을 받는데, 실제 지난 8년간 소장품이 2천754점이나 증가했다.
감사원은 예산 조정을 위해 입장권 판매 수익의 20%를 작품 구입에 배정하도록 한 규정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박물관 측은 소장품 구입에 배정되는 재원을 제한하는 방안을 문화부에 전달했다고 감사원에 답변했다.
문화부 장관은 로랑스 데카르 박물관장에게 7일 임시이사회를 긴급 소집하라고 지시했다. 이사회에서는 박물관의 조직 개편, 관장 직속 새 보안부서 신설, 즉각적인 건물 침입 방지 장치 설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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