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이 5일 국제적 관심을 끌었던 수년 전 말레이시아 기독교 목사와 무슬림 활동가의 실종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이들의 강제 실종은 정부와 경찰에 책임이 있는 납치라고 판결, 이들의 아내들에게 획기적 승리를 안겼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두 남성의 실종 사건에 국가가 개입했다며, 경찰에 사건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도록 명령했다. 이 결정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개입을 부인해온 강제 실종 사건에 대해 사법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이다.
법무부 장관실은 6일 두 사건 모두 법원의 판결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몬드 코 목사는 2017년 2월 13일 셀랑고르주 중부에서 대낮에 복면을 쓴 남성들의 신속한 군사 작전으로 납치됐으며, 이 사건은 CCTV에 포착됐었다. 그의 행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의 가족은 코 목사가 살해 위협을 받았으며, 사라지기 전 무슬림들에게 설교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보다 몇 달 전 무슬림 활동가 암리 체 매트는 2016년 11월 집을 떠난 후 비슷한 상황에서 실종됐다. 암리는 이슬람 수니파 분파만 인정하는 말레이시아에서 시아파 가르침을 퍼뜨린 혐의로 종교 당국의 감시를 받아왔었다.
코 목사 외에 무슬림에서 기독교 설교자로 변신한 조슈아 힐미와 그의 아내 루스 힐미는 2016년 암리 이후 6일 만에 미스터리하게 실종됐다. 이 실종 사건은 당시 무슬림이 주를 이루던 국가에서 종교적 경계심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법원은 5일 코 목사의 아내 수잔나 리우에게 3000만 링깃(약 104억원)이 넘는 손해배상금을, 암리의 아내 누르하야티 모하매드 아리핀에게 300만 링깃(약 10억4000만원)이 넘는 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오랫동안 이 사건의 정의와 책임을 위해 캠페인을 벌여온 리우는 이번 판결을 가족에게 "역사적이고 감정적인 이정표"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판결이 경찰이 책임이 있다고 오랫동안 믿었던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며 기뻐했다.
말레이시아 인권위원회와 특별 정부 태스크포스가 실종 사건의 배후에 경찰 특별부서가 있다고 조사 결과 발표했음에도 불구, 리우는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코 목사가 다시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어느 정도 정당성을 인정받고 마무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르하야티는 별도로 암리의 실종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법의 심판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암리 체 매트의 생사 여부에 대한 답이 아직 나오지 않아 여전히 답답한 상황"이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영국에 본사를 둔 인권 단체 크리스천 솔리다리티 월드와이드는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정부가 코 목사의 운명과 행방에 대한 진실을 밝혀낼 것을 촉구했다. "이것은 국가 행위자에게 책임을 묻고 강제 실종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법적 선례를 마련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성을 입증하는 획기적인 결정"이라고 이 단체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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