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대상 첫 국정감사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또다시 파행했다.
국회 운영위는 6일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대통령실에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우상호 정무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은 줄곧 김 실장의 의혹을 제기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김 실장과 관련한 대통령실 특활비 집행 관련 의혹, '경기동부연합' 교류 의혹, 강선우 전 여가부 장관 사퇴 종용 의혹, 산림청장 인사 개입 의혹, 이화영 평화부지사 대북송금 사건 재판 개입 의혹 등을 언급하며 "국민도 제기하고 있고 야당에서도 수차례 제기하는데 나와서 해명해야 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에 우 수석은 "김 실장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관심갖고 의혹을 제기할 수 있지만 야당의 의혹 제기도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근거를 갖고 의혹 제기를 해줄 책임이 있다"며 "시중에 떠도는 의혹을 다 모아서 한 사람의 인격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국회의원의 특권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강훈식 "일개 비서관 참석 합의 안 된 것 안타깝다"
강 비서실장도 "의혹 제기만 하고 답변을 드리지 못해 저희로서도 답답하다. 저도 말씀을 드리겠다"며 "최소한의 소명은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 증인으로 와 있지, 피의자로 와 있는 상태는 아니다. 저희로서도 일개 비서관이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게 합의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제 입장에서는 50명의 비서관 중 1명일 뿐인데 너무 과도하게 공격받고 있고 또 제가 이런 말을 하면 나서서 보호한다고 뭐라고 할까 봐 말도 잘 못하겠다"며 "하지만 사실대로 보고드리는 것이 대통령실 입장이고 이번 국정감사와 관련되지 않은 사안으로 과도한 의혹 제기를 하는 것에 대해 말씀드려야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총 9가지 (의혹을) 말씀 주셨는데 특활비 집행 내용과 강선우 사퇴 의혹, 산림청장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향후 질의주시면 답변드리겠다"면서도 "경기동부연합 관련, 300억 선거 자금 관련, 성남시 의회 관련, 성남21 관련, 이화영 재판 관련, 김용 위증교사 관련 등은 지난 정부에서 조사할 만큼 조사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국감과도 무관하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강 비서실장에게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변호사 이상호씨가 김용 체포영장을 김 실장에게 보냈다는 게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 김 실장에게 이상호씨로부터 김용 체포영장을 받은 적 있느냐고 물어봤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강 비서실장은 "이게 국정감사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실 업무와 무관한 국정기획위원회에 대한 얘기 아니냐"고 맞받았다.
주 의원은 "안 받았으면 안 받았다고 하면 되지 않냐"고 다시 묻자, 강 비서실장은 "안 받았다"고 했다. 이에 주 의원이 "김현지에게 확인했냐"고 묻자, 강 비서실장은 "김현지가 무슨 실세라고 거기 가서 확인하나. 다 비서실장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 보고받지 않았다"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주 의원이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하자 강 비서실장은 "답변할 기회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제가 피의자냐. 증인이면 증인으로 대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비서실장은 그러면서 "국감 내내 주 의원 질의를 다 검토해봤다"며 "주로 김현지 실장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만 하셨다. 그렇다고 해서 의원이 김건희 여사, 채해병 사건과의 관계가 덮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주 의원이 "왜 협박하느냐. 질문에 답하라"고 하자 강 비서실장은 "그건(협박) 윤석열 정부에서 하던 것 아니냐. 답변까지 압박하느냐"고 고성을 질렀다.
언성이 높아지자, 김병기 운영위원장이 강 비서실장을 향해 "자중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주진우 '김현지가 김병기보다 위' SNS 글에 김병기, 2차 정회 선언
이후 주 의원이 국정감사 도중 페이스북에 쓴 글이 도마에 올랐다. 주 의원이 '김현지가 김병기 원내대표보다 권력 서열이 위'라고 쓴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은 "'김 실장이 권력자니까 내가 거기에 꼼짝 못 한다'고 야지를 놓은 건데, 위원장이 위원들한테 이런 대우를 받아 가면서까지 위원회를 해야 하느냐"며 갈등이 격화됐다.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인 박상혁 의원이 "상임위를 하면서 상임위원장을 공개적으로 SNS에서 저격하는 일을 본 적은 없다"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다. 주 의원이 김 위원장에게 사과하고 원만하게 국감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며 중재를 시도했다.
그러나 주 의원이 사과를 하지 않으면서, 김 위원장이 "막가자는 것"이라며 정회를 선언했다.
앞서 운영위는 이날 오전에도 김 실장 출석 문제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이다 국감 시작 1시간 만에 파행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김 실장에게 오후 일정 수행을 하지 않고 경내 대기를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1부속실장의 국회 운영위 출석이 가능하도록 경내 대기를 지시했다"며 "이에 1부속실장은 대통령의 경외 일정 수행 업무를 해야 함에도 대통령실에서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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