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황기연 신임 수은행장, “담대한 항해” 외쳤지만… 재무여력 5년째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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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기연 신임 수은행장, “담대한 항해” 외쳤지만… 재무여력 5년째 뒷걸음

뉴스로드 2025-11-06 17:29: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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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 신임 은행장이 6일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수출입은행]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 신임 은행장이 6일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수출입은행]

6일, 한국수출입은행의 재무와 정책금융 구조는 황기연 신임 은행장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담대한 항해”와는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AI·반도체·방산 등 미래 전략산업을 선제 지원하고, 글로벌 사우스 협력으로 수출시장을 넓히겠다는 청사진은 분명하지만, 지난 5년간 수은의 실질 재무여력은 확장형보다 방어형 구조로 후퇴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수은의 3분기 총자산은 132조원, 부채는 111조원, 자본은 21조원으로 집계됐다. 이자수익은 전년보다 소폭 늘었지만, 이자비용이 5조원대로 치솟으며 순이자이익률은 1%대 중반에 불과했다.

2020년 이후 수은의 자산은 97조원에서 35조원 늘었지만, 같은 기간 부채는 83조원에서 111조 원으로 33% 증가했다. 외형 확장은 대부분 차입금과 사채 발행으로 이뤄졌고, 부채비율은 520%를 웃돌아 주요 정책금융기관[산업은행(약 440%)/중소기업은행(약 580%)] 중에서도 최고 수준에 속한다.

이익 측면에서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 8502억원, 당기순이익 69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으나,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1조1000억원에 이르며, 순이익 개선폭을 사실상 상쇄했다. 이는 중견·중소 수출기업 지원 확대 과정에서 부실위험이 커졌다는 신호로, 수은의 공격적 여신 확대 정책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황 신임 은행장이 취임사에서 “핵심소부장 국산화·원자재 안정 확보를 위한 공급망기금 활용”을 천명했지만, 공급망안정화기금의 2024년 결산은 순손실 7억4100만원이었다. 

자산 3억9910만원 가운데 3억9992만원이 사채발행으로 조성된 부채이며, 정부 출연금은 0원. 기금 자체가 ‘적자 출발’을 한 만큼, 수은이 말하는 공급망 금융의 실행 기반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개도국 인프라 개발과 해외진출 지원의 핵심인 EDCF는 2021~2023년 3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 말 기준 재정운영순원가(손실) 4361억원, 2022년 3054억원, 2021년 2,083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금리상승기에 낮은 대출금리를 유지하면서, 정부출연금 7조8962억원이 투입됐지만 잉여금이 –1조7256억원으로 여전히 마이너스다. 국제협력 명분에도 불구하고, 개도국 상환 지연·환위험 확대가 이어지며 재정 운용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있다.

앞서 수은의 재무건전성을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기재위)은 국정감사에서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기금이라면, 모든 결정은 기록되고 공개돼야 한다”며 “수출입은행은 보고서 품질과 검증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기재위)도“EDCF 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연도별 집행계획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조승래 민주당 의원(기재위)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인 가나에 오히려 대출한도를 늘린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2022년 12월 가나가 디폴트를 선언했는데, 2024년 6월 한도를 10억 달러(1조4333억원)에서 20억 달러(2조8666억원)로 두 배 확대했다”며 “EDCF 운영규정상 ‘수원국의 경제상황을 종합 고려한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기재위원장) 또한 “EDCF 사업의 변경 절차나 내부 검토 과정이 불투명하다면 감사원 감사 청구로 갈 수 있다”며 “손바닥으로 하늘 가릴 수 없다. 부실과 위법이 있다면 즉시 시정하라”고 경고했다.

남북협력기금의 2024년 말 자산은 3조4216억원, 부채 2조3117억원, 순자산 1조1099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대여금 2조8000억원 중 90% 이상(북한조선무역은행 1조1000억원, KEDO 1조3700억원)이 회수불가능 자산으로 남아 있다.

감사보고서에는 “회수가능성에 대한 변동성이 높다”고 명기돼 있다. 그럼에도 수은은 회수불확실성이 명시됐지만, 평가충당금 설정이 제한적이어서 자산 건전성은 여전히 정책적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요약하면 2020년 이후 수은과 산하 기금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자산 97조 → 132조 (+36%), 부채 83조 → 111조 (+33%), 대손충당금 8384억원(2020) → 1조1300억(2025)

EDCF 3년 연속 손실, 공급망기금 첫해부터 적자, 남북협력기금 회수율 0%.

이런 상황에서 “AI·반도체·방산 투자금융 확대”, “글로벌 사우스 진출”, “공급망 안정화”는 선언적 구호에 가깝다. 재무적으로 보면 수은의 확장 전략은 ‘투자금융’이 아닌 ‘고비용 차입금융’에 더 가깝고,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은 저하되고 있다.

황기연 신임 행장이 강조한 비전은 국가 산업구조 전환의 방향성과 일치한다. 그러나 그 비전을 지탱할 숫자와 구조가 따라주지 않는다. 수은은 이미 총부채 111조 원 중 70% 이상이 외화차입과 사채로 구성돼 있으며, 자본 확충 속도는 산업금융 확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담대한 항해’보다 ‘균형 잡힌 선체 수리’다. 대손충당금 방어, 기금구조 정비, 거버넌스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수은의 ‘미래성장금융’은 미래가 아니라 부채로 기록될 것이다.

수은은 항로를 그릴 수 있는 재무적 여력보다 먼저 배를 띄울 만한 부력(浮力)을 회복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수은의 재무는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금융의 체질을 비추는 거울이다. 지금 수은이 스스로의 부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산업 성장선(成長線)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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