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방송이나 SNS에서 특정 약물이나 제품의 효능을 공개할 때마다 소비자들이 위험성보다는 효과에만 주목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주로 '집중력을 높여준다', '살이 빠졌다'와 같은 효과만 부각된 채 복용 조건이나 부작용 등 문제점에 대해선 외면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최근 주목받는 약물은 ADHD 약이다. 수능을 앞두고 일부 강남권 약국에서는 청년층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했는데 '공부가 잘 된다'는 소문이 퍼진 뒤부터 구매 문의가 폭증했다는 것이 현장의 일관된 증언이다. ADHD의 주요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건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건수는 2007년 48만8372건에서 지난해 258만 7920건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처방 인원도 같은 기간 8만2221명에서 32만6748명으로 4배 늘었다.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제 의료 이용 패턴이 바뀌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메틸페니데이트는 수험생·학부모 사이에서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 '공부를 잘하게 해주는 약'으로 잘못 알려지며 강남·서초·성남 분당 등 소득수준과 교육열이 높다고 알려진 지역에서 처방이 몰렸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의 ADHD 진단 사실과 약물치료 경험을 비교적 솔직하게 공개한 것도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촉매가 됐다.
크리에이터 랄랄은 유튜브 방송에서 "딸이 닮을까봐 ADHD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말한 뒤 복용 후 "머릿속에서 늘 노래가 돌고 TV가 50대 켜진 듯 하던 상태가 고요해졌다"며 "남의 말을 들을 때 딴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변화를 전했다. 가수 비비도 W Korea 유튜브 콘텐츠에서 본인의 ADHD를 공개하고 실제 복용 약을 보여줬다.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효과 체감담'이 연이어 확산하면서 ADHD에 대한 낙인이 완화되고 치료 접근성이 개선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효능만 부각된 채 약물의 위험성·적정 복용·의학적 적응증 같은 필수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증상 완화가 곧 학습능력 향상으로 직결되는지에 대해선 확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강남 소재 A정신의학과 관계자는 "메틸페니데이트 등 ADHD 치료제는 도파민 전달을 조절해 주의집중·과잉행동·충동성 같은 핵심 증상에 일시적이지만 유의미한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학업 성취 등 성과지표에 미치는 직접 효과는 케이스마다 다르며 본인의 증상과 신체 상태에 맞춘 처방·용량 관리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의 증량이나 공복 복용, 커피·에너지드링크와의 병용 등은 식욕부진·수면장애·두통·불안 증상을 유발·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약물은 '누가, 어떤 역학적 배경에서, 어떤 용량·기간으로, 어떤 모니터링 하에' 쓰느냐가 절반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비단 ADHD 약물뿐 아니라 다이어트 보조제·비만 치료제 영역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크리에이터 풍자,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 개그맨 김준호 등 유명인들이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로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는 후기를 SNS와 유튜브에 올리면서 '스타가 썼으니 안전하다'는 인식이 젊은 층 사이에서 확산됐다.
이들 약물은 체중 감량 효과가 검증된 반면 금기·주의사항이 명확해 적응증 준수·용량 증량 스케줄·정기 모니터링이 핵심인데 '전·후 사진'과 '킬로그램 수치'만 강조한 채 복용 맥락이 생략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만 치료제의 비대면 처방과 사용은 엄격히 규제되고 있지만 연예인의 성공 사례가 미용적 기대를 자극해 규제보다 욕구가 앞서는 역효과가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여드름 치료제 역시 마찬가지다. 여드름 치료제 중 가장 대표적인 '이소티논'은 중증 여드름 치료를 위해 처방되는 약이다.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이소티논은 다른 치료법으로 잘 치료되지 않는 중증 여드름의 여드름에 효과 있는 약이다.
이소티논은 환자에게 처방하기 전 임신 여부 확인 및 안전사용 안내가 반드시 필요한 중증의 여드름 치료제다. 이소티논은 기형아 유발성이 매우 높은 약이기 때문에 임산부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들은 절대 섭취하면 안 되는 약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소티논은 피부과가 아닌 비대면 진료 어플을 이용해서도 충분히 처방받을 수 있어 오남용의 우려가 크다.
대한약사회 이혜정 약사는 "어떤 약이든 판매자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이 긍정적으로 보이길 바라기 때문에 방송이나 홍보 등 공개적인 매체에서는 주로 장점만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약의 본질은 '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작용의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약사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사나 의사를 통한 처방이라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이러한 안전장치를 무시하고 임의로 약을 구입하거나 복용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은 만큼 임의로 섭취를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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