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국내 주류산업이 소비 둔화와 시장 위축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제한하는 낡은 제도가 산업의 숨통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 규제가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의 형성 자체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6일 국세청에 따르면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 양조장 육성을 위한 정책적 예외로 전통주만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다.
일반 주류는 청소년 접근 우려와 유해성 논란 등을 이유로 온라인 거래가 제한되고 있다. 또 유흥용과 가정용으로 나뉜 주세 부과 체계상 관리가 복잡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행정 논리가 변화한 시장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성인 인증·전자결제 등 통제 수단이 충분히 마련돼 있음에도 주류만 예외로 남은 건 역차별적 제도라는 의미다. 전통주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 이후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던 점도 규제 명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일각에서는 주류산업만 유통망 확장이 막혀 시장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호소한다. 특히 지역 소주업체들은 수도권 진입이 어렵고,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높아 경기 침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브랜드 인지도 확산과 판로 확대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산 원재료를 사용하고도 전통주로 분류되지 않아 온라인 거래가 불가능한 구조는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일부 주류기업 역시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직접적인 매출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온라인 판매 허용이 소비자 접근성 개선과 시장 구조 다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프라인 유통에 의존하던 기존 구조를 넘어 이커머스와 배달 플랫폼, 자사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판매가 가능해지면 현재보다 산업 전반의 활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배달앱을 중심으로 성인 인증과 실명 결제 시스템이 이미 정착돼 있어 주류 판매를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는 편이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법적·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행 규제가 유지되는 한 산업의 자생적 회복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류 온라인 판매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지만, 지금의 규제 논리가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 청소년 보호와 세금 관리라는 이유는 여전히 제도의 근거로 있지만, 시장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회 인식과 행정 체계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된 지금도 법과 제도가 과거의 통제 중심 구조로 굳어져 본래의 목적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규제 관련 논의 속도를 늦추는 사이 산업 경쟁력과 소비 행태의 간극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 현행 규제를 유지하는 것은 손실일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똑같은 주류 간에도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등 논리적 배경을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현행 제도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만큼 사회적 부작용 여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거쳐 제도 관련 논의의 설득력을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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