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올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성 점검이 예고됐던 롯데건설이 증인 출석을 면했다. 충분한 소명을 통해 증인 신청이 철회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달랐다. 유동성 위기로 촉발된 시장 불안감이 아직 남은 상황에서 ‘잔불’ 진화가 미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국회 국토위에 따르면, 당초 롯데건설 박현철 대표이사는 지난달 13일 개최된 국감에 출석해 ‘쌍령공원 민간개발 특례사업(이하 쌍령공원) 관련 롯데건설 유동성 점검 및 대책’에 대해 질의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출석 일정을 종합감사일(29일)로 순연하며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종감을 일주일여 앞둔 21일 증인 명단에서 박 대표가 제외됐다.
롯데건설은 소명 과정을 거쳐 국감 출석의 불필요함을 입증했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현재 여러 사업장을 영위하고 있다. 쌍령공원보다 규모가 큰 사업도 있는 만큼 쌍령공원이 회사 전체 유동성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국토위에 잘 소명했다”며 “이후 쌍령공원의 사업 주체도 롯데건설이 아니라는 점을 국토위가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경기 광주시 쌍령동 일원에 조성되는 쌍령공원은 사업비 약 1조383억원이 투입된다. 시행은 ㈜쌍령파크개발이 맡았다. 지분 80%를 아세아종합건설이 보유하고 있다. 시공을 맡은 롯데건설이 나머지 지분 20%를 가졌다.
다만 롯데건설의 유동성 문제는 건설업계 전반의 위기를 대표하는 사안인 만큼 투자자의 올바른 투자 결정을 위해서라도 국감에서 현황 점검 및 청사진을 보여주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박 대표가 제시한 ‘부채비율 150%’ 목표 기한이 내년으로 다가온 만큼 구체적인 로드맵이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목표 실현을 위해선 롯데건설은 앞으로 1년 안에 부채 총계 약 1조4000억원을 감축해야 한다.
롯데건설은 지난 2022년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채무 불이행 선언으로 촉발된 ‘레고사태’의 타격을 받은 피해 기업 중 하나다.
레고랜드 사태 직전 건설경기는 침체가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에 러시아·우쿠라이나 전쟁 발발 등 대내외적 환경이 복합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 가운데 강원도 지방채의 신용도 하락이 한국 채권 시장 전체로 퍼져나가자 롯데건설의 자금 여력은 급격히 악화됐다.
한때 부도 위기설까지 내몰렸던 롯데건설은 박 대표 취임 이후 정상화 절차에 돌입했다.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2023년 초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했다. 이 중 6000억원을 지원한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최대주주로서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다. 롯데물산, 롯데정밀화학, 롯데캐피탈, 호텔롯데 등 계열사도 롯데건설의 재기를 도왔다. 지난해 2월 구성된 PF 펀드 ‘프로젝트샬롯’에 참여해 총 7000억원을 지원했다. 롯데건설은 펀드를 통해 2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급격하게 증가한 PF 우발채무를 감당했다.
이후 롯데건설의 재무 상태는 개선세를 보였다. 2022년 말 당시 약 6조8000억원에 달했던 PF 우발채무는 지난 8월 기준 약 3조5885억원 수준으로 하락했고, 최근엔 3조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2022년 말 264.8%를 기록한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96.0%로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엔 197.8%로 소폭 상승했으나, 업계 통상 위험도 기준(200%)을 넘어서진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롯데건설 앞엔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산업 전반의 위축이 걸림돌로 남아있다.
롯데건설은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분양시장 악화, 고금리 금융시장, PF보증의 재무 위기와 부동산 시장의 둔화 등 건설업계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건설산업에 대한 다양한 의무와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올해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9551억원, 영업이익 37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07억원(7.2%), 343억원(48%) 줄어든 규모다. 상반기 매출은 3조7485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8억원 대비 약 2500억원(6.3%)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409억원으로 전년 동기 1112억원 대비 63.25% 줄었다.
레고랜드 사태 여파에 따른 재무부담도 여전히 존재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부동산 PF 우발채무 3조5885억원 중 3조3770억원은 브릿지론에 해당한다. 이 중 1조1137억원은 연내 상환해야 한다.
롯데건설은 대출 만기 연장 등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통해 2022년 이후 점차 안정세에 오른 재무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관계자는 “2022년 당시 급격하게 증가했던 재무 부담은 많이 해소됐다”며 “브릿지론 차환을 통한 만기 연장 등은 대규모 건설 사업의 통상적인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롯데건설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모든 것이 ‘유동성 위기’로 치환되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한국신용정보원과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롯데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0로 낮췄다.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은 A2+에서 A2로 하향했다. 이는 PF 우발채무 불확실성과 수익성 저하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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