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아트센터가 2023년 제14회 두산연강예술상 공연예술부문 수상자인 이오진 작가 겸 연출가의 신작 〈히스테리 앵자이어티 춤추는 할머니〉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작품은 젊은 세대의 불안과 노년의 두려움을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 음악극으로 주목받고 있다.
작품의 출발점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된다. “오늘은 어떻게 살아야 나중에 춤추는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불안과 수치, 우울, 가난 등 현대 여성의 삶을 압축한다. 극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배우 6명이 출연하며, 각자의 경험을 직접 대사와 장면에 녹여냈다. 연출가는 배우 개개인의 서사를 창작 과정에 반영해, 다층적인 여성의 삶을 하나의 무대 위에서 교차시킨다.
〈히스테리 앵자이어티 춤추는 할머니〉는 불안을 ‘몸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품이다. 춤, 노래, 퍼포먼스를 결합한 구성은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결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극은 두 개의 시점으로 나뉜다. 1막 ‘2025년의 여자들’은 지금 이 시대의 현실적 불안을 다루고, 2막 ‘2058년의 여자들’은 생활동반자법과 사회적 가족법이 제도화된 근미래를 상상한다.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서사는 여성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대하고 생존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음악은 싱어송라이터 단편선이 맡아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 사운드로 무대의 감정선을 이끈다. 이오진 연출가는 “막막한 노년의 공포를 함께 나누는 여성들의 연대가 이 작품의 중심”이라며 “극장이 단순히 이야기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감각을 교환하고 서로의 삶을 공명시키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오진은 2023년 두산연강예술상 수상 당시 “창작자의 관점을 과감히 내려놓고 관객의 시선으로 작품을 객관화할 줄 아는 연출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전 작품 〈댄스 네이션〉으로 《한국연극》 선정 ‘공연 베스트 7’에 오르며 주목받았고, 이번 신작에서는 사회적 주제와 예술적 형식을 결합하는 연출 미학을 한층 발전시켰다.
두산연강예술상은 2010년 제정 이후 공연 및 시각 예술 분야의 40세 이하 예술가를 지원해왔다. 특히 2020년부터는 수상자의 예술적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동기획·제작 방식을 도입했다. 이 제도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예술가와 기관이 협력 파트너로서 함께 창작 환경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두산아트센터 관계자는 “이번 작품은 젊은 예술가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의 사회를 비추는 실험적 시도”라며 “관객이 현재의 불안과 미래의 희망을 함께 사유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히스테리 앵자이어티 춤추는 할머니〉는 동시대 여성들의 감정과 사회적 위치를 다층적으로 조명하며, 예술이 현실과 소통하는 방식을 다시 한 번 묻는다. 이 작품을 통해 두산아트센터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고, 한국 공연예술의 다양성을 넓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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