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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 사장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원전 대비로는 높지만 태양광·풍력 비용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추세로, 해외의 경우 이미 킬로와트시(kWh)당 1~3센트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전기요금 인상론이 있다고 해서 재생에너지를 막아버리면 우리는 계속 재생에너지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의 높은 단가만 생각해서 소극적으로 나선다면 우리는 기존 원전이나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한국도 생태계와 기술 축적이 이뤄지면 발전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이 얼마나 인상돼야 할지를 묻는 질의에는 “정부도 충분히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민과 기업에 부담이 되는 민감한 사안이라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긴 어렵다”면서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표현보다는 ‘현실화’라고 표현하고 싶다. 속도와 폭의 문제는 있지만 결국 재생에너지는 확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한 지역에서 직접 사용하는 이른바 분산에너지특구가 확대되면서 한전의 전력 독점 공급 구조도 변화가 예상된다. 전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분산에너지 특구로 제주, 전남, 부산 강서구, 경기 의왕시 등 4곳을 최종 선정했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전력망 확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이지만, 한전의 전력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에서는 위기”라면서 “전력은 국민에게 아주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에 보편적, 안정적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우기 한전 영업본부장도 “분산특구에서는 한전이 아니라 고객이 공급자를 선택한다”며 “한전은 더 나은 서비스 품질로 고객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일주 한전 기술혁신본부장은 “특구 내 사업자가 사업하기 위한 전력 인프라 및 기술 개발을 한전이 지원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원전 수출 1호’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의 추가 공사비 부담 문제를 두고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간 갈등도 화두에 올랐다.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 문제는 2020년부터 시작됐다. 한수원은 발주사인 UAE와 사업 시행자인 한전 등의 귀책으로 인한 공기 지연, 인건비 상승 등을 근거로 10억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 정산을 요청해 왔다. 한수원은 한전의 100% 지분 자회사이지만, 독립 법인으로서 체결한 계약이기에 서비스를 제공한 만큼 한전이 자사 서비스에 대해 정산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용을 정산받지 못할 시 향후 법적 배임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한전은 이익을 공유하는 ‘팀 코리아’ 차원에서 UAE에 먼저 추가로 더 들어간 공사비를 받아내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김 사장은 “한수원은 한전의 100% 자회사이고 경제적으로 동일체”라면서 “한수원이 발주처를 설득할 수준의 증빙을 제출하지 않았으며, 대법원 판례에 비춰도 모자회사 간 거래에서 배임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중재가 진행되는 상황이지만, 산업부 협의와 양기관간 대화와 협상을 통한 계약분쟁의 해결이나 조정 방안을 지속 모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원전 수출 일원화에 필요성에 대해선 “정부가 어떻게 결정하든 따르겠지만, 한전은 그 어떤 기관보다 브랜드 파워, 금융조달 능력, 수주 역량이 높다”고 자평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자산매각 중지를 지시하면서 대규모 부채 부담 속 재무 개선 핵심안으로 앞세웠던 한전의 자산 매각 행보는 당분간 ‘일시 정지’ 상태로 놓이게 됐다. 김 사장은 “40조 가까운 누적 손실 때문에 매각 가능한 모든 자산을 내놓은 상태였으나 대통령 지시를 통해 숨고르기가 가능해졌다. 앞으로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가면서 진행하겠다”고 했다.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관련해선 “정부가 수많은 부처와 전문가 논의를 거쳐 도출한 결정”이라며 “한전은 집행기관으로 정부가 결정하면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역할을 할 뿐”이라고 답했다. 이날 기후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소 50~53%에서 최대 60%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부문별 영향 분석을 보완한 뒤 공청회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NDC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김 사장은 해상풍력 사업 직접 진출에 대해 의지도 드러냈다. 김 사장은 “민간기업이 단독으로 해상풍력에 뛰어들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한전이 일정 역할을 해야 산업이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현행 전기사업법 때문에 한전은 발전 사업자가 아닌 특수목적회사(SPC) 형태로 참여 중”이라면서 “해상풍력과 같은 에너지 신사업에 대해 정부가 제도 개선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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