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바다의 경고음 ― 열대의 낙원에서 재앙의 최전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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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바다의 경고음 ― 열대의 낙원에서 재앙의 최전선으로

월간기후변화 2025-11-06 10:25:00 신고

 

▲ 최근 수년 사이 폭염과 태풍이 동시에 덮치는 이상기후가 반복되며, 국민의 삶이 ‘자연의 재앙과의 동행’ 이라고 불리고 있다.    

 

열대의 낙원에서 재앙의 전선으로

 

한때 ‘태양의 미소’라 불리던 필리핀이 지금은 기후위기의 최전선으로 불리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폭염과 태풍이 동시에 덮치는 이상기후가 반복되며, 국민의 삶이 ‘자연의 재앙과의 동행’으로 바뀌었다.

 

특히 2024년 4월, 필리핀 전역이 40도를 넘는 폭염에 시달리며 전력망이 붕괴되고 식수난이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이 폭염은 기후변화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진단했다. 수도권 마닐라에서는 아스팔트가 녹고, 지방의 농민들은 벼 대신 내열작물 재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 루손섬과 비사야 제도의 어촌들은 매년 태풍과 조수 침식으로 마을 일부가 사라지는 상황을 겪고있다.



해수면 상승과 어민들의 눈물


기후위기의 충격은 바다에서 먼저 드러나고 있다.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해안 마을들이 잠식되고, 수백 년 동안 이어온 어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루손섬과 비사야 제도의 어촌들은 매년 태풍과 조수 침식으로 마을 일부가 사라지는 상황을 겪고 있다. Time지는 “필리핀의 어업 공동체는 지금 물속에서 미래를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닷물의 염도 상승으로 맹그로브 숲이 말라 죽고, 어획량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도시로 이주하고 있지만, 이곳에서도 기후난민으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기다린다.

 

잇따른 태풍, 잃어버린 계절


필리핀 기상청(PAGASA)은 최근 10년간 태풍 발생 빈도가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4년 말에는 단 한 달 사이에 6개의 태풍이 연속으로 상륙했다. 예측 불가능한 기후는 농업과 인프라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교량과 도로가 떠내려가고, 논밭은 염분 피해로 재배가 불가능해졌다. 열대성 폭풍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수만 명이 대피하고, 학교와 병원이 임시 대피소로 전환된다. 필리핀 정부는 “태풍이 계절이 아니라 상시현상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대응력과 예산의 한계가 절망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 필리핀, LNG 사용량 증가로 17년 만에 처음으로 석탄 발전 감소



에너지 전환의 두 얼굴


필리핀은 파리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석탄발전은 여전히 국가 전력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천연가스(LNG) 의존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17년 만의 석탄발전 감소세를 선언했지만, 동시에 LNG 터미널 건설이 급증하며 탄소 감축 효과는 제한적이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외국자본 중심의 투자 구조와 불안정한 송전 인프라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필리핀의 에너지 전환은 ‘진보’와 ‘의존’ 사이의 모순된 길 위에 서 있다.

 

기후정의와 생존의 과제


경제적으로 필리핀은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GDP의 6%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다.

 

특히 빈곤층과 여성, 아동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다. 농민들은 극심한 가뭄과 홍수로 소득을 잃고, 해안가 어린이들은 학교 대신 대피소에서 생활한다.

 

유엔은 “필리핀의 기후위기는 정의의 문제이며, 책임이 적은 나라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희망의 움직임은 있다. 맹그로브 숲 복원 프로젝트, 태양광 마을 설치, 청년 주도의 기후교육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 필리핀은 기후위기의 ‘경보음’을 가장 먼저 들은 나라다. 바다의 온도와 하늘의 색이 이미 변한 이 땅에서, 인간은 생존을 넘어 ‘공존의 기술’을 배우고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재난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 필리핀의 마을을 집어삼키고, 내일 우리 곁에 닥칠 현실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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