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공지능(AI)·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가 대졸 신입사원 대신 고등학교 졸업 인재를 직접 채용하는 실험적 프로그램을 시작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올해 '능력주의 펠로십(Meritocracy Fellowship)'이라는 이름의 신입 프로그램을 개설해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10대 졸업생 22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4개월간 월 5400달러(약 780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인턴과 신입사원의 중간 형태로 근무한다.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대학 학위 없이도 팔란티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지원 자격은 '대학 미진학자'로, 500명 이상이 몰릴 만큼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어떤 참가자들은 대학에 흥미를 느끼지 않아 지원했고, 어떤 이들은 목표 대학에 떨어진 뒤 지원했다.
이번 실험은 팔란티어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알렉스 카프의 ‘대학 무용론'에서 출발했다. 카프 CEO는 해버퍼드 칼리지에서 철학을, 스탠퍼드대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미국 대학은 더 이상 신뢰할 만하거나 우수한 인력을 길러내는 데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8월 실적 발표에서 "요즘 대학생을 채용한다는 건 결국 그저 진부한 말만 반복해온 사람을 뽑는다는 뜻"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발된 1기 펠로우 22명은 입사 후 4주간 서양 문명, 미국 역사, 사회운동 등 인문사회 세미나를 수료했다. 프로그램에는 미국의 외교 정책 잡지인 포린 어페어즈의 전직 편집장인 기디언 로즈 교수 등 학계 인사들도 참여했다.
팔란티어는 참가자들이 단순히 실무 경험만 쌓는 것이 아니라, '서양 문명은 무엇이고, 왜 지켜야 하는가' 같은 철학적 질문에도 답하도록 유도했다.
참가자들은 세미나 수료 후 각자 실무팀에 배치돼 병원, 보험사, 방위산업체, 정부 기관 등 팔란티어의 주요 고객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3~4주 만에 실제 업무 환경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초반 참가자들은 역사 수업이나 토론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세미나 도중 "노트는 어떻게 쓰냐"고 물을 정도로 생소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참가자 중 한 명인 마테오 자니니는 브라운대 합격 통보와 팔란티어 펠로십 합격을 동시에 받았다.
그는 미 국방부로부터 전액 장학금까지 받았지만 결국 팔란티어 행을 택했다.
그는 "친구, 선생님, 상담사 모두 '대학을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제 결정을 존중했고, 나는 직접 일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니니의 부모는 펠로십이 끝나면 대학 진학을 희망하지만, 자니니는 "정규직 제안을 받는다면 대학에 갈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팔란티어의 한 관계자는 "일부 참가자는 이후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 남든 떠나든 이미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팔란티어가 미국 고등교육 제도에 던지는 도전으로 해석된다.
WSJ는 "팔란티어의 고졸 채용 실험은 '대학 중심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향후 결과에 따라 대학을 거치지 않는 인재 양성 모델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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