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세계 곳곳 특권층 부패와 불평등에 분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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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 세계 곳곳 특권층 부패와 불평등에 분노 목소리

이슈메이커 2025-11-06 09:3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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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세계 곳곳 특권층 부패와 불평등에 분노 목소리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최근 몇 주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시다발적 봉기가 ‘뚜렷한 리더 없는 Z세대의 반기’라는 성격을 보인다는 점이다. 경제적 불평등, 기득권의 부정과 부패, 높은 실업률 등으로 촉발된 걸로 분석되는 작금의 시위에서는 살벌한 문구의 표어를 대신 연대와 결기의 상징물이 주목받으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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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마다가스카르 정권 붕괴
마다가스카르 의회는 지난 10월 14일(현지 시간)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탄핵을 의결했다. 탄핵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를 훌쩍 넘었다. 2주 넘게 이어진 Z세대 반정부 시위에 합류한 군부는 의회의 탄핵 의결 직후 정권 장악을 선언하며 의회를 제외한 모든 국가기관의 해산을 명령했다. 육군 행정·기술 장교로 구성된 엘리트 군조직 캡사트(CAPSAT) 부대의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우리가 권력을 잡았다”고 선언하며 “최대 2년의 과도기 동안 의회·정부·사법부 연합체가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 전했다. 또한 “이 기간 새 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점진적으로 새로운 기관 설립을 위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알렸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지난 9월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Z세대 주도로 잦은 단수와 정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내각 전체를 해임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대통령 사임을 촉구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격화했다. 이후 캡사트 부대가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위대에 합류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피신한 채 사임을 계속 거부했으나 결국 탄핵 의결로 축출됐다.

 

네팔에서는 26개 SNS의 접속을 차단한 정부 정책에 반발하면서 젊은이들의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히말 수웨디/Wikimedia Commons
네팔에서는 26개 SNS의 접속을 차단한 정부 정책에 반발하면서 젊은이들의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히말 수웨디/Wikimedia Commons


  이번 시위의 배경은 극심한 경제난이 꼽힌다. 세계은행(WB)이 집계한 마다가스카르의 지난해 연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45달러로 전 세계 186위다. 이는 1인당 GDP가 577달러였던 1980년보다 낮은 것은 물론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의 평균 기록인 571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된 산업이 관광과 농업인 마다가스카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고 최근 극심한 기후변화로 가뭄과 태풍이 자주 발생해 농업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경제난이 가중됐다. 빈곤율은 75%에 달하고 청년실업률은 40%를 넘어서며 청년층의 불만이 확대됐다.


  마다가스카르는 네팔에 이어 최근 전 세계에서 Z세대 시위가 정부를 무너뜨린 두 번째 나라가 됐다. 네팔에서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 등 26개 SNS의 접속을 차단한 정부 정책에 반발하면서 젊은이들의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여기에 지난 8월 말과 9월 초 네팔 주요 소셜미디어에는 소수의 젊은이가 최고급 호텔에서 명품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 퍼지면서 분노 여론이 거세졌다.


  네팔 정부는 가짜 뉴스가 확산을 이유로 SNS를 막았지만 젊은 층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반부패 운동을 억누르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부패감시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네팔은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전체 180개국 가운데 107위였다. 경찰이 최루탄을 비롯해 물대포와 고무탄을 쏘며 강경 진압해 사상자는 늘어갔고, 시위대는 대통령관저와 총리관저, 경찰서에 불을 지르는 등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샤르마 올리 총리가 사임하고 총리관저를 떠났고 수실라 카르키 임시 총리가 취임하면서 사태는 일단 가라앉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의회는 지난 10월 14일(현지 시간)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탄핵을 의결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마다가스카르 의회는 지난 10월 14일(현지 시간)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탄핵을 의결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돼 세계로 퍼져
최근 벌어진 도미노 반정부 시위는 지난 8월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시작됐다. 지난해 9월부터 인도네시아 하원 의원 580명이 자카르타 월 최저임금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을 주택 수당으로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분노한 대학생과 노동자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국회의원 특혜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해 방화와 약탈 등이 벌어졌고,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오토바이 배달 기사를 포함해 10명이 숨지고 20명이 실종됐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와 의회는 논란이 된 국회의원 주택 수당을 포함한 여러 특혜를 폐지하고, 스리 물야니 재무부 장관 등을 교체하는 내각 개편을 단행했다.


  여기에 동티모르, 필리핀, 케냐,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등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서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는 중이다. 그 양태도 매우 격렬한데, 페루에서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시위로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의회에서 탄핵을 당한 후에도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는 내년 4월까지 임시 대통령을 맡고 있는 호세 헤리 대통령도 물러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의 강경 진압 속에 유혈 사태로 번지고 있다.


  모로코에서는 청년들이 2030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동 개최와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유치에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정부를 규탄하며 거리로 나섰다가 경찰과 충돌하면서,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위기감을 느낀 모로코 정부는 젊은 층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Z세대 달래기에 나섰다. 나디아 페타 알라위 재무장관은 Z세대 시위가 나라를 위한 ‘경종’이 됐다면서 “예산 한 푼 한 푼이 최대한 젊은 세대의 기회를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Z세대 시위는 경제적 양극화와 기득권의 만성적 부패, 고용 불안정과 실업률 증가 등에 따른 누적된 불만이 그 동력으로 지목된다. 경제난 속 엘리트 계층만 번영하는 듯한 현실에 대한 좌절감, 권력층의 사리사욕에 대한 공분, 기득권 자녀의 사치스러운 생활 방식에 대한 환멸 등이 국경을 초월한 시위를 관통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청년층의 교육 수준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 사회에 대한 현실 인식이 뚜렷해졌다는 점도 현 상황에 대한 분노를 키운 원인으로 읽힌다.

 

모로코에서는 청년들의 시위가 거세지자 정부가 젊은 층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Z세대 달래기에 나섰다. ⓒMounir Neddi/Wikimedia Commons
모로코에서는 청년들의 시위가 거세지자 정부가 젊은 층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Z세대 달래기에 나섰다. ⓒMounir Neddi/Wikimedia Commons

 

고소득 국가에도 생각할 여지 남겨
이번 시위는 2019년 청년층 주도의 반정부 시위와도 어느 정도 닮았다. 당시 레바논, 홍콩, 칠레, 이라크, 영국, 프랑스,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등지에서 일어난 시위에서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이 불평등과 부조리에 반발하며 권력 계층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들 역시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를 통해 소통하며 사회적 연대 분위기를 확산한 바 있다.


  한편 올해 Z세대 시위를 대변하는 특징적 이미지는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나오는 밀짚모자를 쓴 해골 모양의 깃발이다. 일본 작가 오다 에이치로가 1997년부터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하고 있는 만화인 원피스는 주인공이 모험하며 불의에 저항하고 자유를 갈구한다는 게 대체적인 줄거리다. 해골 모양 깃발은 밀짚모자 해적단의 트레이드 마크다. 팬들에게 이는 주인공 루피의 이상향을 상징하는데, 현실 세계에는 청년 주도 시위 운동의 상징물이 됐다. 실제 이 깃발은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남미에서의 Z세대 시위에서도 어김없이 나부꼈다.

 

올해 Z세대 시위를 대변하는 특징적 이미지는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나오는 밀짚모자를 쓴 해골 모양의 깃발이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올해 Z세대 시위를 대변하는 특징적 이미지는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나오는 밀짚모자를 쓴 해골 모양의 깃발이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인류 역사상 최초의 온전한 디지털 세대’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Z세대 시위는 광범위하게 보급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무기로 대중적 시위 개념을 재정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위자들은 인공지능(AI) 기술로 생성한 밈(Meme)을 비롯해 인터넷 속어와 조롱 섞인 메시지 등을 활용해 권력자를 깔아뭉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시위 조직 자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짚었다.


  현재의 ‘젠지 시위’는 대체로 젊은 인구가 많거나 정치적 안정감이 상대적으로 낮고, 국가 경제도 강하지 않은 국가들에서 많이 발생한다. 다만 처한 상황이 다르다고 남의 얘기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소득 국가에서도 Z세대 사이에서 부모 세대에겐 있었던 ‘기회’가 거의 사라졌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서다. 올해 초 퓨 리서치가 공개한 36개국 대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에서 ‘자녀의 삶이 부모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성인이 많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국에선 66%가 그렇다고 답했다. 인구 구조상 줄어들고 있는 젊은 층의 목소리가 구조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야 할 필요가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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