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경험 고1 학생·학부모 10명 중 7명 “제도 폐지해야”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올해 첫 도입된 고교학점제를 경험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학부모 10명 중 7명은 고교학점제 폐지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학부모들은 고교학점제가 진로·적성 탐색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재검토 촉구 교원 3단체 연합 기자회견에서 이보미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종로학원은 이 같은 내용의 고교학점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이 참여했다.

이번 조사에서 학생·학부모 중 72.3%는 고교학점제의 개편 방향을 묻는 질문에 ‘폐지’를 선택했다. ‘축소’를 바라는 의견은 13.8%였고 ‘현행 유지’ 6.4%, ‘확대’ 5.3% 등으로 집계됐다.

고교학점제의 과목 선택권 보장에 관해서도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부정적으로 답했다. 67%가 과목 선택권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했다. 충분했다는 응답은 13.8%에 그쳤다. 19.1%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고교학점제가 진로·적성 탐색에 도움이 됐는지 묻는 질문에는 76.6%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도움이 됐다는 응답자는 11.7%에 불과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고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는 도입 취지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과목 선택시 대입 유불리를 따질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학생들이 내신 상위 등급을 받기 쉬운 과목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실제 고교학점제 과목 선택시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 68.1%가 ‘대학별 대입 유불리’라고 답했다.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다는 응답은 27.7%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56.4%는 고교학점제 관련 상담을 받기도 했다. 이들 중 60.4%는 학원·컨설팅업체 등 사교육업체를 찾았고 26.4%만 교사 도움을 받았다.

고1 때 내신이 불리해졌다고 판단될 경우 대입 전략으로는 56.4%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대비하겠다고 했다. 26.6%는 ‘여전히 학교 내신 등급을 대비’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응답자 83%는 학교 내신이 불리해진 경우 고교학점제로 내신 불이익을 만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1 중 내신 상위권 학생들은 향후 고교학점제 과목 선택시 대입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반면 내신이 불리해진 학생들은 내신보다는 수능에 더 집중할 것”이라며 “내신 유불리에 따라 고교학점제에 대한 학생들의 집중도가 갈리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