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과 KT가 해킹 피해를 입은 가운데 정부 대응이 속도나 온도에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 때에는 법무법인(로펌)에게 위약금 면제에 대한 법률 자문을 빠르게 진행했지만 KT에게는 아직도 자문을 맡기지 않고 있어서다.
또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잇따른 해킹 사태에 대한 책임 때문에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측은 민관 합동 조사단의 해킹 사고 조사 결과가 나와야 법률 검토가 의미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 맡길 예정이라며 ‘오해’라는 입장이다.
6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난 9월 초부터 발생한 KT 무단 소액결제 및 해킹 사태가 위약금 면제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아직 로펌에 법률 자문을 맡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SK텔레콤 사건 당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해킹 신고가 접수된 지난 4월 20일에서 열흘 지난 같은 달 30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여부를 로펌 3곳에 법률 검토를 의뢰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후 5월 2일 약관과 관련한 법 위반 여부를 법률 검토 의뢰했다. 또 민관 합동 조사단의 해킹 사고 조사 결과가 반영된 내용을 6월 말 로펌 5곳에 의뢰해 위약금 면제 대상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냈다.
KT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해킹 피해 후속 대책으로 전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상 유심 교체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해킹을 인지한 시점에서 바로 KISA에 신고하고 문제가 불거지자 곧바로 전 가입자 대상 유심 교체를 결정한 SK텔레콤과 차이가 있다.
과기정통부는 KT의 소액결제 피해·해킹 사태 조사 과정에서 ‘자료 은폐’와 ’허위 보고’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 측은 “(KT가 소액결제 피해 관련) 조사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일부 자료를 은폐하는 등 조사 방해 행위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지난 2일 수사 의뢰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KT의 소액결제 피해 사태 이후 서버 폐기 등 자료 제출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보고가 확인됐고, 백업 로그 공개도 지연됐다는 것이다.
이어 “KT가 서버 폐기 시점을 지난 8월 1일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같은 달 13일까지 폐기 작업을 진행하는 등 허위로 답변을 제출했고, 폐기 서버 백업 로그가 있었지만 지난 9월 18일까지 민관 합동 조사단에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측은 민관 합동 조사단의 해킹 사고 조사 결과가 나와야 법률 검토가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사 결과가 나올 때 로펌에 법률 자문을 맡길 예정이라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SK텔레콤 때) 합동 조사단의 결과가 나오기 전 로펌에 법률 자문을 맡겼더니 추정에 가까운 내용들 뿐이었다. 결국 민관 합동 조사단의 해킹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올 때 다시 로펌에 의뢰했다”며 “미리 자문을 맡겨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지금 법률 자문을 맡기지 않은 것이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자문을 맡길 예정이다. 정부가 사건을 축소한다는 것은 분명한 오해다”라고 설명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 역시 지난 21일 이통3사 CEO가 모두 나온 국감에서도 “사고 발생 한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KT가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 아무 말이 없어 피해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조사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없이 법률 검토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SK텔레콤 해킹 사건 때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KT도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그동안 KT 측은 해킹·정보유출 피해 고객들에 대한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조치에 대해 불확실한 태도를 취해왔다. 세 차례에 걸친 언론 브리핑에서는 “합동조사단 및 경찰의 조사 결과를 보고 검토하겠다”고 했고, 김 대표도 지난달 24일 국회 과방위 주도로 열린 청문회에서도 “조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