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허리디스크라고 생각했는데…. 척추관협착증?

이근호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

[이근호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 직장인 최 씨(56세)는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근육통으로 여겨 파스를 붙이고 쉬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기온이 떨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허리 통증에 다리 저림 증상까지 더해졌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허리디스크’일 거라 판단했지만, 진단 결과는 ‘척추관협착증’ 이었다. 이처럼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중에는 본인이 디스크라고 확신하고 내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척추관협착증인 사례도 적지 않다. 두 질환 모두 허리와 다리로 이어지는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인이 증상만으로 구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허리디스크는 의학적으로 ‘요추 추간판탈출증’이라 부른다. 척추 뼈와 뼈 사이에 위치해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디스크가 제자리를 벗어나 신경을 직접 압박하면서 통증이 나타난다. 잘못된 자세, 갑작스러운 동작 변화, 외상 등에 의해 급성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허리를 숙일 때나 물건을 들 때 통증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한쪽 다리로 날카롭게 뻗어 내려가는 방사통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누워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퇴행성변화와 관련된다. 나이가 들면서 척추 주변 뼈와 인대가 두꺼워지거나 관절이 비대해지면,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고 그 안의 신경이 눌리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이 경우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에서 통증이 심해지고, 오래 서 있거나 걷다 보면 다리가 저리고 무거워지며, 잠시 앉거나 허리를 굽히면 증상이 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일정 거리 이상 걷기 어렵고, 쉬면 다시 걸을 수 있는 ‘파행 증상’은 척추관협착증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두 질환 모두 초기에 적절한 관리만 이루어져도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약물치료, 물리치료, 도수치료, 신경차단술 등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여 통증과 염증을 조절하고 주변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킨다. 이와 함께 허리 주변 근육과 골반을 지지하는 근육을 강화하는 코어 근력강화 운동은 회복과 재발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구조적으로 신경 통로가 좁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디스크에 비해 치료 반응이 더딜 수 있다. 보행 장애가 심하거나 근력 저하, 대소변 조절 이상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이 필요해진 경우에는 가능한 자신의 뼈와 인대를 보존하면서 신경만을 정확하게 감압하는 최소 침습적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으로 양방향 척추내시경술은 피부 절개 없이 작은 구멍을 통해 병변 부위까지 접근하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없고, 회복속도가 빠르다. 고령환자나 만성 질환자들도 안심하고 수술 받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꼽힌다.

척추 질환은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치료 시기가 중요하다. 허리 통증이 반복되거나 다리 저림, 보행시 불편감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증상 악화와 만성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