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F폐막` 지휘봉 키릴 카라비츠 “화성 언어로 청중 자극할 것”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휘자는 음악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49)는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감정적 영향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휘자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 출신 세계적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가 6일 ‘2025 서울국제음악제’ 폐막 공연을 지휘한다. (사진=서울국제음악제 제공 ⓒKonrad Cwik).

카라비츠는 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2025 서울국제음악제’ 페막공연을 지휘한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악단인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명예지휘자인 카라비츠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며 악단의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과 인연도 꽤 깊다. 2009년과 2013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췄고, 2022년에는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했다. 지난해에도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무대에 올랐다. 음악제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음악제에 대해 이전부터 주변 동료 음악가들에게 자주 들었는데 직접 함께하게 돼 매우 기대된다”며 “한국에서의 공연 경험은 언제나 보람되고 만족스러웠다. 한국 관객은 연주에 몰입하고, 가장 열정적이다. 이번 축제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계 클래식계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한국에) 훌륭한 콘서트홀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고, 뛰어난 젊은 음악가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으며, 관객층도 크게 성장하고 젊어지고 있죠. 한국은 세계 음악계의 핵심 중심지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 (사진=서울국제음악제 제공 ⓒMark Allan)

2009년부터 17년째 이어진 SIMF의 올해 주제는 ‘춤’이다. 지난달 30일부터 클래식 음악 작품 중 춤과 관련한 곡들이 무대 위에 올려졌다. 카라비츠는 총 세 곡을 맡았다. 일본의 세계적 작곡가 타케미츠 토오루(1930~1996)의 비올라 협주곡 ‘가을의 현’(비올라 박하양)과 브루흐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협주곡’(바이올린 송지원·비올라 김상진),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이다.

카라비츠는 “이번 프로그램은 다양한 요소를 한 무대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해야 하는 일종의 갈라 콘서트라고 할 수 있다”면서 “각각의 곡이 마치 춤처럼 유기적으로 흐르도록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며, 특히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이 연주되는 후반부에서 감정과 에너지가 정점에 이르도록 전체 구조를 설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았다. 일본 출신 다케미쓰는 서양과 동양 음악의 조화를 추구한 작곡가로 유명하다. 카라비츠는 “가을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담아낸 매우 서정적이고 분위기 있는 곡”이라며 “오케스트라의 색채와 독특한 화성 언어를 통해 청중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관객들은 소리의 결을 따라가며 가을 특유의 정서를 느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대 위 이 감정이 오케스트라, 지휘자, 관객 서로 서로에게 전달될 때 비로소 음악이 완성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