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주)=류정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1부) 전북 현대의 원클럽맨이자 ‘레전드’로 불리는 수비수 최철순이 20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전북의 ‘10회 우승’ 역사를 온몸으로 함께한 유일한 선수로, 은퇴를 앞두고 팀과 팬들에게 진심 어린 작별 인사를 남겼다.
전북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K리그1 우승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현대그린푸드가 준비한 케이터링 서비스와 다양한 이벤트가 더해져 축제 분위기 속에서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올 시즌의 결실을 함께 기뻐했다. 이날 행사에는 우승을 이끈 거스 포옛 감독과 주장 박진섭을 비롯해 베테랑 수비수 최철순과 홍정호(36)가 마지막 세션에 함께 자리했다.
전북은 지난달 18일 수원FC를 꺾고 2021년 이후 4년 만에 리그 정상에 복귀, 통산 10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이 모든 순간을 함께한 인물이 바로 최철순이다. 그는 2006년 전북에서 프로 데뷔한 뒤, 군 복무 기간(상주 상무)을 제외하고 20년 동안 오직 전북 유니폼만 입은 ‘진정한 원클럽맨’이다. 전북의 리그 10회 우승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포옛 감독은 최철순을 “레전드(Legend·전설)”라고 부른다. 이에 최철순은 “아마 내 이름을 잘 몰라서 그렇게 부르신 것 같다”며 웃은 뒤 “감독님이 그렇게 불러주신 것만으로 감사하다. 많은 소통을 했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꾸준함을 어필했던 것이 좋았다”고 말하며 자신보다는 팀을 강조했다.
‘20년 동안의 10번의 우승 중 가장 중요한 인물 세 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최강희 감독님을 첫 번째로 뽑고 싶다. 지금 팀의 기조와 틀을 만들어주셨다. 두 번째는 이동국 선수다. 팀의 문화와 예의를 바꾸며 우승의 문화를 세웠다. 마지막으로 조재진 선수를 이야기하고 싶다. 조재진 선수가 오면서 팬층이 넓어지고 마케팅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그저 시즌마다 필요한 궂은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최강희 감독은 2005년부터 2011년, 그리고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전북을 이끌며 ‘전북 왕조 시대’를 연 인물이다. 이동국은 2009년 입단해 전북의 첫 우승을 견인하고, 2020년까지 활약하며 ‘최강희호’의 간판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조재진은 2008년 한 시즌 동안 8골 3도움을 기록하며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팀의 마케팅적 성장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께 자리한 홍정호는 “20년 동안 우승컵 10개를 들었으면 그거로 설명이 다 됐다”며 “나는 철순이 형이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전북 왕조의 가장 큰 공신이다”라고 말했다.
최철순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앞두고 있다. 그는 “나도 빛나면 좋겠지만, 나를 위해 고생한 가족들이 더 빛났으면 좋겠다”며 울컥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가족들이 ‘좋을 때 잘 마무리하자’고 했다. 어디서든 축구할 것 같다. 내년에는 K7리그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여전히 달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웃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현재 스포츠의학과 트레이닝 쪽으로 공부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어렵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 별명인 ‘최투지(최철순+투지)’에 대해 “내 모습을 잘 보여주는 별명”이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은 2009년 첫 우승이었다. 팬들이 경기장에 내려와 함께 기뻐했는데, 그때 전북이 앞으로도 계속 우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전북에 도움이 됐던 선수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전북 구단은 오는 30일 FC서울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최철순의 은퇴식을 열 예정이다. 그의 곁에서 함께 뛰어온 홍정호는 “나 역시 전북 외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철순이 형처럼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며 “좋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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