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러시아가 소련 시대 재래식 활공 폭탄에 제트 엔진을 달아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활강 폭탄 'KAB'를 개조한 폭탄은 지난달 남부 오데사와 미콜라이우, 동부 폴타바 등에 처음 등장했다.
이 폭탄은 이전에 Su-34 전투기로 떨어뜨릴 땐 사거리가 최대 80㎞여서 전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용됐다. 그러나 제트 엔진을 달면서 사거리가 최대 200㎞까지 늘었다고 바딤 스키비츠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GUR) 부국장은 말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 전문가 세르히 베스크레스트노우는 폴타바에 떨어진 미확인 폭탄 사진을 공개했는데, KAB 폭탄에 알리바바에서 1만8천달러(약 2천600만원)면 살 수 있는 중국산 터보제트 엔진이 달려 있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지난달 말 제트 추진 활공 폭탄이 하르키우주 북동부 마을 베레스틴을 향해 발사됐다고 밝혔다. 이 마을은 러시아 국경에서 125㎞ 거리다.
지난달에는 제트 추진 활공 폭탄 'UMPB-5R'이 140㎞ 날아 하르키우주 철도 중심지 로조바를 타격했다. 이 폭탄은 주거지역에 떨어져 6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남부 지역에도 지난달 처음으로 이런 제트 추진 폭탄이 떨어졌다. 이 폭탄은 흑해 상공을 날던 항공기에서 발사됐다.
러시아는 활공 유도탄 그롬을 개량한 제트 추진 모델 '그롬-E1'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가 파울로 나로즈니는 러시아의 이런 새 무기가 "순항미사일의 싼 대체품으로 에너지 인프라와 군사 표적이라는 같은 표적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이런 폭탄의 특성은 순항미사일에 견줄 만하다면서도 "현재로선 이런 공중 유도 폭탄은 광범위하게 사용되기보단 적들이 전투에서 테스트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의 미사일 전문가 파비안 호프만은 제트 엔진 장착은 탑재량이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지만, 러시아에는 전선의 후방에서도 활공 폭탄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이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전자전으로 교란하거나 방공 미사일로 격추할 수 있지만, 대규모 드론·미사일 공습을 받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방공 체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나로즈니는 패트리엇 등 서방의 방공 미사일이 러시아의 개조된 활공 폭탄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을 짚으면서 "러시아가 생산을 늘릴 수 있다면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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