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선보이는 '시대를 품은 전통'은 한국 전통무용의 역사적 맥락과 현대적 의미를 탐구하는 장인숙 교수의 예술적 실험이다. 장인숙 교수는 수십 년간 전통무용의 명맥을 지키며, 각 작품에서 전통의 형식과 정신을 오늘의 감각과 접목해왔다. 이번 무대는 이러한 시도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무대에 오르는 '호남살풀이', '전주부채춤', '화관무', '논개·충절무', '동초수건춤', '부채춤'은 각각의 지역적·역사적 배경과 상징성을 지니며, 동시에 현대적 해석을 통한 새로운 의미 부여가 돋보인다.
예를 들어 '호남살풀이'는 전라북도 민속적 정서를 담아내며, 슬픔과 한을 춤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인간 정서의 보편성을 보여준다. 장인숙 교수는 이 작품에서 전통적 움직임의 정형성을 유지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선과 템포 변화를 통해 현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감각을 더한다.
'전주부채춤'은 남도 음악과 매창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지역 문화의 특수성을 보여준다. 장인숙 교수는 부채의 시각적 요소와 동작의 선율적 흐름을 세밀하게 결합함으로써, 춤이 단순한 몸짓의 재현을 넘어 서사적 장치로 기능하도록 만들었다. 화관무는 궁중무용의 우아한 형식을 계승하면서도, 관객과의 시선적 상호작용과 공간 활용을 통해 전통의 품격을 현대적 무대예술로 확장한다.
논개·충절무는 충절과 의리라는 역사적 가치의 상징적 구현이다. 장인숙 교수는 이 작품에서 극적 긴장과 몸의 선을 강조하며, 관객이 역사적 사건과 인물의 정신성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동초수건춤과 부채춤은 각각 민속적·창작적 측면에서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탐구한다. 특히 김백봉 선생의 정신을 계승한 부채춤에서는 전통의 형식미와 현대적 안무적 해석이 균형을 이루며, 전통무용의 재현과 창조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장인숙 교수의 예술철학은 분명하다. 전통은 시대의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해석하고 계승함으로써 현재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신념이다. 그녀는 전통의 틀을 존중하면서도, 현대 관객이 느낄 수 있는 감정적·지적 체험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한다. 이러한 접근은 작품별로 미묘하게 달라지는 안무 선택, 공간 사용, 리듬과 호흡의 조절에서 확인된다.
전통무용의 현대적 평가 측면에서, 장인숙 교수의 작업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지역성과 역사적 배경을 담은 전통무용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이해 가능한 예술언어로 변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전통의 재현을 넘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 관객과 시대적 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현대적 실험성과 학문적 가치가 공존한다.
장인숙 교수의 지난 작품들 '바람처럼, 꽃처럼', '혼불', '생명, 그 춤의 빛깔', '춤풀이 전주', '춤추는 춘향', '청의 눈물', '부채, 춤 바람을 일으키다' 등은 모두 이 철학을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각 작품은 전통의 형식과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적 감각과 관객과의 교감을 위해 세밀히 재구성되었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접근의 총체적 결실이자, 한국 전통무용이 지닌 생명력과 예술적 깊이를 현대적 관점에서 검증하는 무대다.
결국 '시대를 품은 전통'은 전통의 역사적 의미와 현대적 해석, 그리고 지역성과 예술적 철학을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종합 예술 프로젝트다. 장인숙 교수의 무대는 전통무용이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시대와 관객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살아 있는 예술임을 보여준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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