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성진 기자 | FC서울 서포터스가 자리한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 스탠드에 평소 보지 못한 걸개 2개가 걸렸다.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청두 룽청(중국)의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에는 90분 내내 '이곳(서울월드컵경기장)에 없는 내 모습 상상한 적 없어'라는 문구와 'FC서울의 홈구장은 서울월드컵경기장입니다'라는 문구의 걸개가 걸렸다. 서울 서포터스가 걸개를 내건 배경에는 서울의 ACLE 홈경기가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열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서울은 지난해 K리그1 4위를 차지하며 2025-2026 ACLE에 출전했다. 2020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아시아클럽대항전 무대에 섰다. 그런데 AFC는 지난해부터 ACLE와 AFC 챔피언스리그 TWO를 창설하면서 대회 일정을 기존의 춘추제(2~11월)에서 유럽처럼 추춘제로 변경했다. 9월에 시작해 이듬해 5월에 끝나는 일정이다.
FC서울은 일정 전환에 따른 피해를 안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최근 2년 사이에 날씨, 공연 대관 등으로 잔디가 망가지는 등 잔디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관리주체인 서울시설공단은 올해 잔디 품질 개선에만 40억원을 들였는데, 이는 지난해 대비 3.6배 증액했다. 그 결과 현재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공단 측은 내년에도 좋은 상태 유지를 위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잔디가 ‘겨울잠’을 자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런데 서울은 12월 10일과 내년 2월 17일에 ACLE 홈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공단은 경기 개최가 불편하다. 당장 12월 6일에는 대한축구협회 코리아컵 결승이 예정되어 있다. 이 경기 후 4일 뒤에 경기를 또 치러야 한다. 이 시기에는 날씨 때문에 잔디가 얼어 있다. 선수들 부상이 유발되고 잔디도 생육에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은 두 번의 ACLE 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할 생각이다. 다른 지역에서 열 수도 없다. AFC 규정상 경기장을 변경하려면 최소 경기일 한 달 전에 승인받아야 한다. 12월 10일 홈경기 일정은 다른 지역에서 할 수도 없다. 양측은 답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만 달리는 상황이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우리는 홈 2경기를 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할 생각이다. 서울시설공단 사정도 이해한다. 양측이 잔디 관리를 함께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이는 단순히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추춘제 전환의 과도기 상황에서 벌어진 K리그 전체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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